2022.06.07 현대 모터스포츠팀

[2022 WRC 5R] 현대 월드랠리팀,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타낙의 압도적인 승리로 더블 포디엄 달성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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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탈리아 랠리는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의 압도적인 무대였다. 시즌 첫 우승컵을 품에 안은 오트 타낙과 2경기 연속 3위에 오른 다니 소르도의 활약에 힘입어 더블 포디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WRC 제5전 이탈리아 랠리(Rally Italia Sardegna)는 지난 4전에 이어 올 시즌 2번째 그레이블(비포장도로) 랠리로 열렸다. 지중해에 위치한 이탈리아 제2의 섬 사르데냐는 가혹한 컨디션으로 악명이 높다. 빠른 스피드와 좁은 노폭뿐 아니라 무더위까지 더해져 참가자의 체력, 랠리카의 내구성과 타이어 수명을 갉아먹는다.


1928년 이탈리아 랠리가 시작되었을 때는 꽃의 도시로 유명한 산레모(Sanremo)가 무대였다. WRC의 일원이 된 것은 1973년. 모터스포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여성 드라이버로 꼽히는 미셸 무통(Michèle Mouton)이 1981년 자신의 첫 WRC 우승컵을 들어 올린 곳도 산레모 랠리였다. 2004년부터는 지금의 사르데냐로 개최지를 옮기면서 랠리의 성격도 타막에서 그레이블로 바뀌었다.

이탈리아 랠리는 코스가 좁고 험난해서 랠리카가 파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좌우로 덤불이 늘어선 시골길은 코 드라이버가 실수할 여지가 적다. 그렇다고 쉽다는 말은 아니다. 덤불과 그 속에 숨어있는 바위는 랠리카의 에어로파츠와 타이어에 큰 위협이다. 자갈과 모래가 덮인 노면은 쉽게 파헤쳐져 단단한 돌바닥이 금세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참가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기온이다. 지중해성 기후는 여름에 사막처럼 뜨겁고 건조하다. 특히 이번 주말에는 낮 최고기온이 40°C에 달할 것으로 예보되어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랠리카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흙먼지 유입을 막기 위해 환기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엔진과 배기관의 열도 고스란히 실내로 전해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드라이버 본인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i20 N WRC 랠리1의 성능도 더욱 정밀하게 다듬어지고 있다

현대팀은 포르투갈 랠리의 엔트리 리스트를 그대로 유지했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2위이자 이탈리아 랠리 2승 전적(2016, 2018)의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오트 타낙(Ott Tänak) 그리고 다니 소르도(Dani Sordo)다. 소르도는 올 시즌 처음 출전한 포르투갈에서 포디엄에 오르며 랠리1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그는 2019년과 2020년 우승컵을 차지했었다.

이탈리아 랠리의 그레이블 코스는 험준하기로 유명하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소르도는 사르데냐 코스에 대해 “노폭이 좁고 코너 바깥쪽이 미끄럽기 때문에 라인을 조심스럽게 유지해야 합니다. 넓게 돌다가 바위와 충돌할 수 있어요. 또한 그립이 달라지므로 같은 코스를 두 번째 달릴 때는 셋업을 변경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랠리카의 공력 성능이 좋아지면서 멋진 점프를 볼 수 있지만, 경기 중 파손될 위험도 커졌다

도요타팀은 챔피언십 선두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ä)를 필두로 엘핀 에반스(Elfyn Evans),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를 연속 기용하고, 오지에를 대신하는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까지 4대의 랠리카를 준비했다. 포드팀은 크레이크 브린(Craig Breen)과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그리고 피에르-루이 루베(Pierre-Louis Loubet)로 구성했다.

이탈리아 랠리에선 지중해 사르데냐 섬의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랠리카들의 열정적인 질주를 감상할 수 있다

서비스 파크는 올해도 섬 서쪽에 위치한 알게로(Alghero)에 마련되었다. 유럽풍 마을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각종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가 늘어선 그림 같은 풍경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목요일 저녁, 섬 동쪽 올비아(Olbia)에서 개막식을 치른 참가자들은 인근에 마련된 특설 스테이지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올비아는 사르데냐 랠리가 시작되었던 2004년에 서비스 파크가 위치했던 곳. 도심에 마련된 복합 노면의 3.23km 코스에는 수많은 관중들이 몰려들어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단거리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누빌이 가장 빨라 종합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 랠리의 무더운 기후와 좁고 미끄러운 그레이블 코스에서는 드라이버의 체력과 집중력, 타이어 선택, 경기 운영 전략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다

금요일 새벽 5시 55분, 올비아를 출발한 차들은 남쪽으로 이동해 SS2 테라노바(Terranova)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8개 스테이지(SS2~SS9) 133.56km로 이번 경기 중 가장 긴 하루다. 금요일을 시작하는 SS2 테라노바에서는 에반스가 가장 빨랐다. 다음 스테이지는 라피가 톱 타임을 기록해 종합 선두가 계속 바뀌었다. 그런데 에반스가 SS4에서 냉각계 파손으로 리타이어. 챔피언십 선두 로반페라도 가장 앞줄에서 노면 청소를 도맡느라 페이스를 올릴 수 없었다.


테라노바를 다시 달린 SS4에서는 소르도를 필두로 타낙과 누빌 등 현대팀 트리오가 가장 빨랐다. 타낙은 SS4부터 종합 선두로 올라섰고, 이후 라피와 선두 쟁탈전을 이어갔다. SS6을 마쳤을 때 타낙과 라피의 시차는 6.4초. 그런데 이어진 SS7 막판에 구동계 고장으로 2위로 내려와야 했다. 한 바퀴에 동력이 공급되지 않아 자칫 순위가 뒤처질 수 있었지만, 금요일 마지막 2개 스테이지가 시간 지연을 이유로 취소됨에 따라 운 좋게 라피와의 시차가 벌어지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쉽게 가라앉지 않는 흙먼지 역시 경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금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타낙이 선두 라피를 0.7초 차이로 뒤쫓았다. 바로 뒤에서는 포드팀의 루베와 브린이 0.4초 차이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초반에 세팅 값을 찾지 못했던 소르도는 점차 페이스를 올려 종합 5위. 포모, 가츠타, 로반페라, 누빌이 그 뒤를 따랐다. 선두부터 6위 소르도까지 16.1초의 접전이었다. 누빌은 SS4에서 드라이브 샤프트 문제로 1분 40초 이상을 잃어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혹독한 더위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흙먼지였다. 속도가 빠르고 에어로파츠가 대형화된 요즘 랠리카들은 기류를 많이 흐트러뜨린다. 3분의 출발 간격은 흙먼지가 가라앉기에 충분치 않았고, 이 문제는 특히 어둑어둑한 아침에 두드러졌다. 결국 토요일 아침 랠리1 클래스의 출발 간격은 4분으로 넓어졌다.

많은 WRC 팬들과 현지 주민들이 랠리카의 점프를 구경하기 위해 경기 현장을 찾았다

토요일은 5시 15분에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 7시 SS10 12.03km의 템피오 파우사니아(Tempio Pausania)를 시작으로 8개 스테이지 합계 131.82km는 금요일보다 조금 짧다. 대신 SS15, SS17에 해당되는 몬테 레르노 디 파타다(Monte Lerno Di Pattada)에는 유명한 미키스 점프가 있다. 긴 점프가 기록에 반드시 도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들을 실망시키고 싶은 드라이버는 없을 것이다.


오프닝 SS10에서 라피가 왼쪽 뒤 서스펜션 파손으로 리타이어하는 사이 타낙이 톱 타임으로 종합 선두에 복귀했다. 아울러 소르도는 루베를 추월해 종합 3위로 부상. 라피가 리타이어함에 따라 선두권에서 도요타팀 선수들이 사라졌다. 이어진 SS11 에룰라-툴라(Erula-Tula)에서는 타낙을 필두로 현대팀 트리오가 가장 빨랐다. 타낙은 오전 4개 스테이지 중 3개를 잡아 추격자들과 거리를 벌렸다. 점심시간까지 소르도는 2위 브린을 10초 차이로 뒤쫓는 동시에 14초 뒤처진 루베의 맹추격을 받았다.

포드팀 아드리안 포모의 사고로 인해 코스가 막히며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반면 누빌은 SS12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심한 손상을 입어 리타이어. SS16에서 브린보다 9초 가까이 느렸던 소르도는 이날의 마지막 SS17에서 포모의 사고 때문에 추격의 기회를 잃었다. 포모의 푸마 랠리카가 스핀하며 길을 막는 바람에 뒤따르던 차들의 행렬이 멈춘 것. 주최 측은 타낙, 브린, 소르도에게 스테이지 톱 타임인 로반페라와 같은 기록을 부여했다. 토요일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종합 선두는 현대팀의 타낙. 브린이 2위고 소르도가 3위였다. 소르도의 25초 뒤에 루베가 있다. 로반페라는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포모의 사고에 힘입어 5위로 부상, 가츠타와 그린스미스가 그 뒤를 따랐다.

일요일은 알게로와 가까운 서해안의 칼라 플루미니(Cala Flumini), 사사리-아르젠티에라(Sassari-Argentiera) 스테이지를 2번씩 달리는 SS18~SS21 39.30km 구간에서 마지막 결전을 벌였다. 최종 SS21은 파워 스테이지를 겸했다. 타낙은 추격자 브린보다 48초 앞서 여유가 있었던 반면, 소르도는 2위 브린과의 20.8초 차이를 따라잡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상위권 대부분 앞뒤로 시차가 적지 않아 순위 굳히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오프닝 SS18에서 타낙이 톱 타임으로 선두 위치를 굳건히 다졌다. SS19까지 브린과 소르도는 24초가량의 시차를 유지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타낙은 SS20까지 잡아 브린과의 시차를 58.2초로 벌렸다. 이제 남은 것은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21 하나뿐.

다니 소르도는 마지막까지 2위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오트 타낙은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안정적으로 경기를 펼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현대팀은 오트 타낙과 다니 소르도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두 번째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타낙은 여유롭게 최종 스테이지를 달려 시즌 첫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현대팀에도 첫 승리일 뿐 아니라 소르도가 3위를 기록해 더블 포디엄을 달성, 현대팀이 이탈리아 랠리를 완벽하게 주도했다. 누빌은 득점권에 들지 못한 대신 SS21에서 파워포인트 5점을 챙겨 도요타팀 추격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매뉴팩처러즈 점수 차는 59점에서 39점으로 줄어들었다. 타낙이 우승, 브린 2위, 소르도 3위로 시상대를 마무리한 가운데 루베가 개인 통산 최고인 4위에 올랐고 로반페라, 가츠타, 그린스미스, 그리야진, 솔란스, 후투넨이 10위권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현대팀은 이탈리아 랠리에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최근 7번의 경기에서 5번을 우승한 것이다(16, 18, 19, 20, 22년). WRC 제6전은 아프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6월 23~26일 야생의 땅 케냐를 달린다. 신형 랠리카들은 악명이 자자한 사파리 랠리에서 다시 한번 내구성과 실력을 시험받게 된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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