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와 EV6 등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유럽 올해의 차와 세계 올해의 차를 휩쓸며 ‘K-EV’ 파워를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지, 인플루언서의 시승 영상 등을 통해서도 아이오닉 5와 EV6에 대한 호평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품 경쟁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위에 V2L, 800V 급속 충전 시스템 등 독보적 기술력 외에도 강력한 동력 성능을 발휘하는 초고속 모터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의 초고속 전기 모터 기술을 소개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이 엔진인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에서는 전기 모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엔진과 전기 모터 모두 자동차의 구동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 모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해 전기차의 동력을 발생시킨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완성도 높은 전기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 전기 모터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전기 모터보다 회전수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차그룹의 최신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는 최고 15,000rpm의 회전수를 자랑한다. 전기 모터의 출력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부스트 모드 및 더 높은 차량 속도 등으로 보다 강력한 성능을 제공하는 제네시스 GV60와 GV70 전동화 모델은 동급 경쟁 모델보다 모터 최고 회전수가 월등히 높은 고속 전기 모터(19,000rpm)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타사 전기차 모터 최고속도는 15,000~17,000rpm 내외로 추정된다)
고성능의 초고속 모터 적용으로 가속 성능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GV60 퍼포먼스 모델은 부스트 모드를 작동시키면 출력이 490마력까지 상승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4.0초에 불과하다. GV70 전동화 모델은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 모델이 아닌 파생 전기차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4.2초의 100km/h 가속 시간을 자랑한다.
현대차그룹 고속 전기 모터 기술의 정점은 현존하는 전기차 중 가장 높은 회전수를 자랑하는 EV6 GT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EV6 GT의 앞뒤 차축에 각각 적용된 전기 모터는 최고 21,000rpm까지 회전하며, 이를 바탕으로 430kW(584마력)의 시스템 최고 출력, 740Nm의 최대 토크, 100km/h 가속 시간 3.5초, 최고속도 260km/h 등의 압도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에 적용된 전기 모터의 회전수가 높은 이유는 모터의 회전수와 전기차 성능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 상관 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전기차 구동계의 특성이 엔진과 기어비가 각기 다른 다단화 변속기로 구성된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전기차의 구동을 담당하는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은 모터, 감속기, 직류에서 교류로 전력을 변환하는 인버터,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전기차의 구동에 가장 크게 관여하는 전기 모터는 회전을 시작하는 즉시 최대 토크가 발생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높은 기동 토크와 안정된 최고 출력을 기반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높은 동력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한다.
전기차는 이러한 모터의 특성에 맞춰 변속기가 아닌 감속기를 사용한다. 변속기에서 변속단을 변경하는 경우는 고출력 필요 시 저단으로 변경하는 경우와 고속 주행을 위해 고단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있다. 전기차에서는 모터가 회전을 하는 순간부터 차를 움직이기 위한 토크가 발생하기 때문에 저단 기어가 필요 없으며, 최대 15,000rpm이상 회전함으로 고단 기어도 필요 없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주행 상황에 맞춰 ‘변속’이 아닌 ‘모터 회전수’를 변경함으로써 저속부터 고속까지 모든 속도에 대응할 수 있다. EV6 GT의 모터는 최대 21,000rpm까지 회전하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최고속도 260km/h에 이르기까지 변속기 없이 감속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차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기 모터의 토크, 출력, 최고 회전수 향상 등이 필요하며, 휠 토크와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감속기 기어비 최적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기차의 성능 지수를 결정짓는 휠 토크와 휠 속도는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 휠 토크 ∝ 모터 토크 × 기어비
- 휠 속도 ∝ 모터 속도 ÷ 기어비
이 수식에서 휠 토크, 즉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은 전기 모터의 토크에 감속기의 기어비를 곱한 값으로, 수치가 높으면 전기차의 발진 가속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휠 속도, 즉 바퀴의 회전 속도는 전기 모터의 속도(회전수)를 기어비로 나눠 얻을 수 있으며, 값이 클수록 전기차의 최고속도가 빨라진다. 간단히 말해 전기차 구동계의 모든 조건이 같은 상황에서 모터의 회전수를 높이면 주행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모터의 토크가 동일한 상황에서는 감속기의 기어비를 키워 발진 가속 성능을 증대할 수 있다. 실제로 E-GMP의 전기 모터는 2세대 전기 모터 대비 최고 회전수를 약 70% 상향했고, 감속기 기어비를 33% 상향하여 모터 사이즈를 줄이면서도 휠 토크 및 휠 속도 성능을 각각 20% 가량 개선했다.
EV6 GT는 다른 E-GMP에 적용된 다른 모터 시스템보다도 초고속, 고성능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덕분에 보다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가령 EV6 GT의 모터 시스템에는 모터 고속화 설계와 듀얼 인버터 구조를 통한 고출력 시스템, 고속화 및 고성능을 대응하기 위해 냉각 성능이 강화된 내부 냉각구조 등이 적용됐다. 그 결과, 모터 고속화를 기반으로 1단 감속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모터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기 모터의 회전수 향상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전기 모터의 회전수를 높이려면 내구성, 냉각, NVH 관점에서 높은 설계 난이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모터 고속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원심력 증대, 열 손실 증가, 소음 및 진동 확대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과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만들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처럼 초고속 전기 모터를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EV6 GT 개발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전기 모터를 완성했다. 우선 연구원들은 초고속 전기 모터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베어링 케이지 형상 최적화와 영구자석 배치 및 회전자 코어 형상 최적화를 통해 *응력 분포를 개선했다. 또한, 모터 내부 베어링의 냉각을 오일 윤활 타입으로 설계해 냉각 효율을 높였다. 덕분에 21,000rpm이라는 초고속 대응이 가능한 모터 회전체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응력: 재료에 압축, 인장, 굽힘, 비틀림 등의 외력을 가했을 때, 그 크기에 대응해 재료 내에 생기는 저항력, 응력의 한도를 초과하면 재료가 파손된다.
전기 모터 고속화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터 발열량에 대응하기 위해 손실 최소화 설계를 적용하면서 모터의 냉각 성능을 강화했다. 하우징에만 냉각수가 흐르는 기존 전기 모터의 수냉 방식은 모터 외부의 열만 식히고 가장 뜨거운 코일 및 모터 내부를 직접 냉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E-GMP의 모터 시스템에는 냉각파이프를 통한 오일 직접 분사 방식으로 냉각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EV6 GT는 E-GMP의 기본 모터 냉각 구조와 더불어, 모터 코어 심부까지 오일을 직접 냉각할 수 있어 더욱 강화된 냉각 성능을 발휘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모터가 21,000rpm까지 회전하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효과적인 냉각이 가능한 것이다.
초고속에서 비롯되는 소음과 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회전자 샤프트의 형상과 설계 방식을 최적화했다. 가장 큰 특징은 고속 회전에 대응하기 위해 회전자 샤프트를 2피스(Piece) 방식으로 설계해 기존 제품 대비 품질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모터 전반에 걸쳐 거동 안전화, 언밸런스량 최소화, 고주파수 영역 진동 및 소음 저감 설계를 반영했다.
EV6 GT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모델에는 모터 고속화 외에도 새로운 *헤어핀 권선 기술을 적용해 효율, 냉각 성능, 공간 혁신(패키지), 생산성 등을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헤어핀 권선은 고속 회전 시 교류(AC)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때문에 손실 발생 메커니즘 분석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모터를 설계했으며, 이는 모터 성능 향상과 초고속 대응으로 이어졌다.
*헤어핀 권선 기술: 모터 내부의 코일 단면이 헤어핀의 형상을 닮은 직사각형인 구조. 기존 원형 코일 대비 코일을 좀 더 촘촘하게 감을 수 있고, 이를 통해 권선 저항을 줄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EV6 GT의 고성능과 전기 모터의 높은 회전수는 고유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사실은 EV6 GT의 고성능이 실제 주행에서도 증명됐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초 독일에서 진행된 EV6 GT 인플루언서 시승 행사다. 해당 행사는 EV6 GT의 여러 모습 중 고속 주행 능력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에 따라 많은 미디어들이 독일의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에서 EV6 GT의 최고속도를 직접 확인했다.
그중 ‘Bjørn Nyland’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은 전용 계측기를 사용해 EV6 GT의 주행 속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기 모터의 회전수, 배터리의 출력과 온도 및 잔량 등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Kia EV6 GT driving at 263 km/h in Germany)에서는 GPS로 측정된 263km/h의 속도에서 EV6 GT의 전기 모터는 20,354rpm까지 회전했고,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배터리는 평균 온도 28˚C라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EV6 GT의 전기 모터와 배터리는 200km/h 이상의 고속 주행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EV6 GT의 전기 모터는 20,000rpm을 쉽게 넘어서며 최고 출력을 뿜어냈고, 그 순간에도 배터리는 안정적인 온도와 출력 상태를 유지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그 어떤 자동차에서도 볼 수 없던, 차원이 다른 고성능과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쉽게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초고속 전기 모터가 있다. 회전수 21,000rpm의 첨단 전기 모터를 통해 전기차의 친환경적인 모습과 고성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특성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닌 전기차 기술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강력한 전기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는 향후 출시될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전용 전기차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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