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9 현대자동차그룹

인문·기술, 경제, 대중문화 전문가의 METAVERSE ESSAY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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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기술, 경제, 대중문화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보는 메타버스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디지털 플랫폼이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든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낯선 세상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밝은 빛은 필연적으로 그늘을 불러오는 법. 인문·기술, 경제, 대중문화 전문가들의 통찰을 통해 명쾌하게 접하는 메타버스의 명과 암을 알아봅니다.

메타버스 열풍이 던지는 화두 - 인문·기술

현대자동차는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오래된 미래’와도 같습니다. 아바타로 접속하여 대화를 나누고, 회의하고, 게임을 즐긴다는 콘셉트는 2003년 린드랩이 출시한 게임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지금과의 차이를 꼽자면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과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새로이 구축하려는 기업들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이런 플랫폼들이 사용자로 하여금 2차원적 몰입 경험을 3차원적 상호작용으로 확장해준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앞으론 우리가 SNS나 이메일을 사용하듯 메타버스 플랫폼이 일상화되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할 테고, 그만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입니다. 그를 대변하듯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라운지를, 삼성전자가 갤럭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유니티(Unity) 엔진을 활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는 근미래 지능형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현재 내로라할 빅테크 기업인 메타(구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여전히 영향력이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기술을 필두로 한 기업이나 게임 회사들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포트나이트(Fortnite)’,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온라인 게임들도 자신들을 메타버스 세계라 홍보합니다. 메타버스의 본질이 상호작용이 가능한 가상 세계이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이들은 메타버스 구축에 필수적으로 꼽히는 3D 리얼타임 랜더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지닌 기업과 게임 회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앞서가고 있습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중앙집중형이며 상호호환도 거의 되지 않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근래 자주 언급되는 로블록스(Roblox), 제페토(Zepeto) 역시 그저 인터넷 서비스의 연장선에 가깝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로선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지닌 기업이나 게임 회사들이 빅테크 기업들보단 앞서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메타버스가 보편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하기 위한 숙제도 적지 않습니다. 첫 번째로, 여러 IT 기업들이 플랫폼을 앞다퉈 구축 중이지만 정작 서비스 방향이나 모델은 어느 곳 하나 확실한 진입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비용 문제인데, 가상 공간을 누구나 손쉽게 경험하기에는 그 값이 부담스럽습니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 구입 비용은 메타버스 플랫폼 진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압도적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만큼 사용자로 하여금 안전하다는 느낌을 별로 갖게 하지는 못합니다. 음성 채팅이나 상호작용 방식은 사람이 바로 곁에 있다는 현실감을 주지만 원치 않은 상황에서의 정신적 충격 또한 생생합니다. 특히 10대 유저가 많은 플랫폼에서는 유저 간 공격적 행동이나 불법 거래 등이 횡행할 수 있어 그만큼 기획 단계에서의 안전 장치와 거버넌스를 위한 고민은 필수입니다. 


글 | 최은창

현재 ‘MIT 테크놀로지리뷰’의 편집위원입니다. 서울대 법과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옥스퍼드대 사회법 연구센터(Socio-Legal Studies) 방문학자, 예일대 로스쿨 정보사회프로젝트에서 펠로우로 연구했습니다. 저서로는 <레이어 모델>, <가짜뉴스의 고고학>, 공저로는 <인공지능 윤리와 거버넌스>가 있습니다.

현실의 한계를 극복해주는 디지털 공간 – 경제

메타버스 플랫폼의 근본은 비트코인 혁명에서 시작했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항상 새로움을 선사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평소에 맛보기 어려운 음식과 액티비티. 이것들이 주는 신선한 경험과 기쁨은 현실의 고충을 잠시 잊게 해줍니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것 또한 이와 궤를 나란히 합니다. 그곳은 현실 세계와 약간의 거리감이 있거나, 때로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당신은 현실 세계에 대해 온전히 만족하는가”라 묻는다면 대다수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현실에는 부족함, 불편함, 그만큼의 한계가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세상은 현실의 이러한 부정적인 부분들을 많이 해소해줍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이나 게임 회사들이 나날이 성장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다만 메타버스의 파급력은 현재의 SNS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완전히 다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근본은 비트코인 혁명으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의 방식을 뒤로하고 인터넷 세상에 가장 최적화된 금융 시스템인 비트코인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일명 WEB 3.0 시대를 불러왔습니다. WEB 2.0 시대에선 사용자의 행위는 그저 웹에서 읽고, 쓰고, 소통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WEB 3.0에서부터는 사용자 개인이 웹에서 데이터를 단지 읽고 쓰는 걸 넘어 관리하고, 소유할 수 있습니다. 또 스스로 자신의 신원을 NFT로 증명하는 한편, 중개인(금융기관) 없이 직접 물건이나 자산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비트코인 덕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디지털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개인의 욕망을 충족할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생태계가 핵심 기반을 이룹니다. 크리에이터(유저)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며, 메타버스 플랫폼상에서 주로 활용되는 기축통화로 환전하는 등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앞으론 저작물 및 화폐는 NFT를 통해 플랫폼 자체가 아닌 개인에 종속되어 보다 유연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어쩌면 한 사람이 다양한 직업을 지니거나 여러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예컨대 월~화요일은 오프라인 회사에 출근하고, 수~목요일은 메타버스 공간에만 존재하는 회사에서 일해 암호화폐로 급여를 받는 것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은 디지털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개인의 욕망을 충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현실과의 메타버스 플랫폼 간의 차이가 별로 없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앞으로 디지털 세계에서도 경제 및 사회 활동이 온전히 가능하기 때문에 외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현실 세계에서 소비하는 형태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요즘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나 유튜버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그 영역은 확연히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첫 해외 여행을 갈 때처럼, 우리가 준비할 건 그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고, 메타버스 세상으로 진입할 용기뿐입니다.


글 | 김동환

블록체인·암호화폐 전문 유튜브 채널 ‘대니월드(암호화폐 연구소)’를 운영하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 ‘노더(Noder)’ 등에 암호화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ICT이노베이션 블록체인 강의를 진행 중입니다.

놀이와 현실의 중첩 - 대중문화

가상 공간 내에 사무실과 복도를 만들어 아바타가 직접 걸어 다니게 만드는 이 과정은 오늘날 메타버스에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가상 세계를 향한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바라보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싸이월드 한 번 안 써본 중장년이 거의 없을 만큼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가 일상화된 시대에 왜 다시 메타버스가 붐을 일으켰는가’입니다.

우리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사이버스페이스 내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각종 문서 작성과 결재, 자료 열람, 휴가계 제출 같은 일들이 사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이뤄집니다. 굳이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하지 않더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도 이미 우리가 사이버스페이스 시대를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메타버스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요? ‘개더타운’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선 2D 기반의 아바타로 가상 공간에 구현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조금 비효율적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일을 처리하려면 어쨌든 유저가 가상의 사무실을 방문해야 하는데, 기존 사이버스페이스 환경에선 클릭 한 번이면 물리적·시공간적 한계를 넘어 훨씬 빠르게 필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 공간 내에 사무실과 복도를 만들어 아바타가 직접 걸어 다니게 만드는 이 과정은 오늘날 메타버스에 공통적으로 드러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불편함을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메타버스 플랫폼이 보여주는 이 번거로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메타버스에서는 아기자기한 매력의 아바타를 자신만의 가상 공간 내에 집어넣고, 그것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답은 ‘놀이’에 있습니다. 사이버스페이스 환경에서 극복되었던 시공간의 제약이 다시 놀이와 재미로 돌아온 것입니다. 아기자기한 매력의 아바타를 자신만의 가상 공간 내에 집어넣고, 그것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보는 재미. 메타버스가 온라인 게임의 한 갈래처럼 취급되는 이유가 이 지점입니다. 오늘날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단지 현실과 가상의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는 현실과 놀이라는 두 지점의 중첩으로 보는 게 직관적입니다.

최초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라 여겨지는 온라인 게임 ‘세컨드 라이프’나 요즘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여러 플랫폼도 놀이로서의 속성을 놓지 않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물론 그 놀이가 실제 재미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런데 놀이와 현실의 중첩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메타버스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진 가상 공간의 재화들이 실제 가치와 거래되는 순간 세법과 부가가치, 재산권 등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개입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지향은 단순하지만, 가상과 현실의 융합이나 업무와 놀이라는 분명한 경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물이 무엇이 될지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관심만큼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각종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수단 붐을 일으킨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20세기 사이버스페이스의 등장처럼, 21세기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가상 공간으로 옮겨 놓으려는 끊임없는 흐름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마치 근대 서구 문명이 자신들의 터를 신대륙과 아시아로 넓혀간 나간 것처럼, 오늘날 인류는 물리적 차원을 넘은 새로운 디지털 공간으로 익숙한 공간을 확장해 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글 | 이경혁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게임문화 연구를 전공했습니다. 매체로서의 게임이 현대 사회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관련 인사이트를 찾고 전파합니다. 게임문화웹진 의 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 그리고 시사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의 패널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는 <81년생 마리오>, <슬기로운 미디어생활> 등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모터스라인 2022년 1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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