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은 탑승자를 보호하는 안전 장비로, 보통 자동차의 내부에 장착된다. 탑승자의 신체가 실내 부품과 부딪히거나 차체 외부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시하는 자율주행 시대의 모빌리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에어백을 비롯한 모빌리티의 안전 체계 역시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현대차그룹의 콘셉트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S-Link’는 전체적으로 높고 긴 박스 형태를 띠고 있고, 시트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인다. 차체 내부가 또 다른 거주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효율에 집중한 설계를 채택했다. 이러한 미래 모빌리티들의 특성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다 폭넓은 탑승자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같은 변화에 집중해 새로운 에어백 시스템을 통해 안전 기술의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허그 에어백 역시 자율주행 기능을 전제로 한 미래 모빌리티 안전 기술이다. 허그 에어백은 모빌리티 내부에서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한 시트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기존 에어백 구조와는 달리 테더와 챔버의 개수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구성으로 충돌 발생 시 탑승자를 감싸는 형태로 에어백을 팽창시켜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완화함과 동시에 신체 구속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테더(tether) : 에어백의 형태를 유지하고 탑승자의 체중을 견디기 위한 끈 형태의 부품
*챔버(chamber) : 에어백을 구성하는 쿠션 형태의 부품
허그 에어백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특허 출원을 통해 공개한 모빌리티 에어백도 미래 모빌리티의 특성에 기반한 신개념 안전 기술이다. 모빌리티 에어백은 현대차그룹 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소속 권혁인 연구원이 고안한 기술로, 에어백 모듈을 차체 바깥에 장착해 직접적인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는 것이 기존 에어백 시스템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과거에도 몇몇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체 외부 에어백을 고안한 바 있다. 그러나 복합적인 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범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탑승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기존의 에어백이 더 효율적이었기에 몇몇 차종의 보행자 에어백 정도로만 상용화가 진행됐다. 하지만 미래 모빌리티의 형태와 함께 교통 체계가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부 충격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에어백은 차체 앞뒤 필러에 장착된다. 에어백 모듈은 크게 인플레이터와 쿠션, 하우징, 챔버 등으로 이루어진다. 직접적인 충격 완화 역할을 하는 쿠션은 하우징 안쪽에서 접힌 채로 마운팅 구조를 통해 필러 내부에 장착된다. 쿠션 하우징 위 쪽으로 자리하는 인플레이터는 에어백 팽창에 필요한 가스를 모듈 아래쪽으로 공급한다.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인플레이터가 전달한 가스는 쿠션 내부의 디퓨저를 통해 상하 챔버로 분배해 에어백을 팽창시킨다. 쿠션 내부에는 챔버를 구분하는 격막이 있어 충돌 발생 시 초기 접촉되는 에어백 부위의 가스를 다른 챔버로 이동시켜 에어백의 압력을 유지한다.
모빌리티의 사고는 충돌 부위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은 에어백을 전개하는 방식을 달리해 이를 대비했다. 예컨대 대부분의 충돌 상황에서는 테더 커터를 작동시켜 에어백이 보호하는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게끔 만든다. 반면, 차체 모서리 부위끼리 충돌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테더 커터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에어백만 전개한다. 쿠션을 펼치지 않은 상태로 압력을 집중시켜 측면 모서리 부위의 보호 성능을 극대화한다. 모서리 부위에 충돌 발생 시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는 현상을 방지하여 효과적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이다.
모빌리티 에어백은 ADAS 관련 센서와 브레이크 센서, 가속도 센서, GPS 등으로부터 모빌리티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정보와 충돌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고도화된 뉴럴 엔진과 알고리즘 구조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에어백 전개 시나리오를 결정해 상황별 최적의 탑승자 보호 성능을 발휘한다.
가령 전측면 충돌 시에는 전면의 좌우 측 에어백 중 충돌하는 측의 에어백만 팽창하도록 작동한다. 이때 상대방 차량이 동일한 알고리즘을 통해 같은 부위의 에어백을 동시에 전개하면 충격 흡수 완화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동일 방향 주행 중이거나 교행 상황에서 정면 충돌이 발생하면 좌우 에어백을 모두 작동시킨다. 보행자나 자전거와 같이 상대적으로 충돌 면적이 적은 상황에서는 인식 속도에 따라 전개하는 에어백의 개수 및 방향을 구별해 보행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본 기술의 특징을 기반으로 모듈 장착 위치와 챔버 및 테더 구성을 달리하여 다른 방식으로도 응용할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차체 측면에도 기다란 모듈을 장착해 측면 충돌 시 발생하는 층격을 완화하거나, 차체 디자인에 맞춰 인플레이터 위치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또한 차체 전방과 후방에 장착하는 에어백 챔버의 위치와 크기에 차이를 두어 모빌리티 두 대가 각각 전방 – 후방 추돌 시 에어백이 맞물려 충격 흡수 성능이 향상되도록 구성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모빌리티 에어백은 여러 상황에 따라 에어백의 전개 부위와 형태를 달리하는 것이 가능해 다양한 외부 충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허그 에어백과 같은 기존의 실내 에어백 기술과 결합해 모빌리티 탑승자들이 사고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처럼 모빌리티의 형태와 기술의 체계는 변화할지 몰라도, 탑승자를 보호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궁극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모빌리티와 관련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모빌리티 에어백은 현재 미국, 중국, 독일 등 해외 주요 3개국에 특허출원하였으며, 배터리 내장형 시트와 함께 모빌리티 사회를 앞당길 구체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현대차그룹은 완벽한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실현을 목표로 사람 중심의 안전 기술을 개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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