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에 대한 호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독일의 권위 있는 자동차 전문지인 〈아우토 빌트(Auto Bild)〉가 지난 3월 24일 공개한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아이오닉 5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특히 아이오닉 5와 함께 이번 비교 평가에 동원된 아우디 Q4 e-트론과 폴스타 2는 유럽 전통의 프리미엄 브랜드와 혁신적인 전기차 브랜드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번 비교 평가의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교 평가에 오른 3종의 전기차는 크기만 비슷할 뿐 형태와 구동 방식, 차체의 바탕이 된 플랫폼, 실내 공간 및 출력 성능 등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아이오닉 5와 Q4 e-트론은 실내 공간이 널찍한 SUV 스타일을 채택했으며, 뒷바퀴의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모델이다. 반면에 폴스타 2는 뒤로 갈수록 지붕이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세단 스타일을 기반으로 차체를 높인 탓에 비교적 실내 공간이 협소하며, 전기 모터가 앞바퀴를 굴린다.
아울러 폴스타 2는 태생도 다르다. 아이오닉 5와 Q4 e-트론은 각각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와 폭스바겐그룹의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 삼아 전용 전기차에 걸맞은 혁신 기술을 갖췄다. 하지만 폴스타 2는 볼보자동차의 소형차 전용 플랫폼인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즉,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꾼 모델이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아우토 빌트〉는 아이오닉 5에 총 573점을 부여하며 가장 뛰어난 전기차로 선정했다. 바디(125), 컴포트(150), 파워트레인(125), 주행 성능(100), 커넥티비티(75), 환경(100), 비용(125) 등 총 7가지 항목에 걸쳐 3대의 전기차를 면밀하게 평가한 결과다. 참고로 〈아우토 빌트〉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각각 폭스바겐 ID.4 GTX 및 메르세데스-벤츠 EQB와의 비교 평가에서도 아이오닉 5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아이오닉 5를 최고의 수입 전기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아이오닉 5는 실내 공간의 크기와 편리함을 평가하는 바디, 편안한 승차감과 편의 사양 등을 테스트하는 컴포트, 전기 모터의 성능과 효율 및 최고 속도 등의 항목으로 이뤄진 파워트레인, 그리고 친환경 성능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 경쟁 모델들과 차이를 벌릴 수 있었다.
특히 바디 부문에서는 아이오닉 5와 다른 모델의 점수 차가 8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아우토 빌트〉는 아이오닉 5의 넉넉한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폴스타 2의 앞좌석은 그럭저럭 탈 만하지만, 뒷좌석은 머리를 숙여야 할 만큼 불편하다. Q4 e-트론의 뒷좌석은 좁은 폴스타 2보다 한결 숨쉬기가 편하다. 바디 평가의 확실한 승자는 아이오닉 5다. Q4 e-트론보다 앞뒤 좌석이 눈에 띄게 넓고, 뒷좌석에는 등받이 각도 조절 및 앞뒤로 슬라이딩할 수 있는 사양이 기본이다. 트렁크에는 527~1,587ℓ까지 실을 수 있고, 57ℓ의 프렁크가 또 있다.”
아울러 승차감 및 실내 편의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쉬운 사용성 등을 측정하는 컴포트 부문에서도 아이오닉 5의 강점이 두드러졌다. 〈아우토 빌트〉는 “2 스포크 스티어링 휠, 2개의 12.25인치 디스플레이, 3가지 테마를 선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계기판, 멀티미디어를 위한 명확한 메뉴 탐색, 유용한 바로 가기 버튼 등 아이오닉 5의 실내는 풍성하게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Q4 e-트론은 내비게이션 사양이 비싸긴 하지만(3,280유로) 우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커넥티비티 성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으나, 폴스타 2는 그렇지 않았다. “폴스타의 실내는 외부 디자인과 동일한 분위기를 갖고 있으며 스위치나 버튼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작동 기능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가 있는 11.15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고 음성 인식 기능도 잘 작동했지만, 상대적으로 시스템의 온라인 연결 불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함부르크와 같은 도시에서도 온라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 했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의 성능 및 충전 성능을 평가하는 파워트레인 부문 평가에서도 아이오닉 5가 강세를 보였다. 아이오닉 5가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우세했던 부분은 가속 성능, 최고속도, 충전 성능이었다. 최고속도가 160km/h에 제한된 다른 두 모델과 달리 아이오닉 5의 최고속도는 185km/h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각 모델의 최고 충전 전력(아이오닉 5 220kW, 폴스타 2 155kW, Q4 e-트론 135kW)에 따라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급속 충전할 때 각각 18분, 35분, 29분(5→80%)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아이오닉 5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이오닉 5의 충전 속도가 더 빠른 이유는 E-GMP 기반의 800V 급속충전 시스템 덕분이다. 충전 전력(W)은 전압(V)과 전류(A)의 곱으로 계산하는데, 일정한 전류가 흐른다고 가정했을 때 전압이 높을수록 충전 전력을 높일 수 있고 이는 곧 충전 시간의 단축을 의미한다. 400V 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여느 전기차보다 800V 급속충전 시스템을 적용한 아이오닉 5의 급속 충전 속도가 빠른 이유다.
전반적인 주행 성능의 경우 세 모델의 수준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우토 빌트〉는 각 전기차의 세팅에 따라 주행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고 평가했다. “폴스타 2는 가장 민첩하고 빠르지만, 운전대의 감각은 둔하고 딱딱하며 서스펜션은 거칠고 통통 튈 때도 있다. 어댑티브 댐퍼(1,380유로)를 장착한 Q4 e-트론은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주며 조향 감각도 부드럽고 정밀하다. 하지만 가속 성능에서 조금 뒤처지고 회생 제동은 정지 상태까지 완벽히 다다르지 않으며 5km/h로 계속 나아간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오닉 5의 주행은 편안하고 민첩하며 운전대 반응도 빠르다.”
〈아우토 빌트〉가 실제로 계측한 결과를 보면 아이오닉 5와 폴스타 2의 가속 및 제동 성능이 거의 비슷하게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역동적인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측 전비와 실제 주행 가능 거리의 경우 연비 주행과 가혹한 스포츠 주행을 반복하고, 일상적인 실제 운행 패턴을 반영해 테스트한 결과 3대 모두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아우토 빌트〉는 아이오닉 5의 넓은 실내 공간과 풍성한 편의 사양, 훌륭한 인테리어 디자인, 안정적인 주행 성능, 빠른 충전 속도 및 i-Pedal과 같은 정교한 전기차 기술, 우수한 품질 보증 기간 등을 장점으로 꼽으며 3대 중 가장 뛰어난 전기차로 선정했다. “아이오닉 5는 강하고 조용한 가속 성능 덕분에 최고속도 185km/h에 도달하기까지 큰 힘이 들지 않는다. 특히 i-Pedal 모드를 활용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안 써도 가속 페달만으로 정차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편하다. 실내 공간의 경우 앞뒤 좌석이 넓고 등받이 각도 조절과 슬라이딩이 가능한 2열 시트가 기본 사양인 것이 강점이다.”
아이오닉 5가 이번 비교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상품성이 있다. 실제로 아이오닉 5는 낮은 무게중심, 3,000mm의 긴 휠베이스를 활용한 넓은 공간, 차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800V 급속충전 시스템, 다양한 급속 충전기에 대응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기능 등 전용 전기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성으로 각종 비교 평가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오닉 5에 대한 호평은 자동차 전문 매체의 비교 평가를 넘어 각 지역 최고의 자동차를 선정하는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11월 2022 독일 올해의 차에 선정됐으며, 올해 3월에는 2022 영국 올해의 차에 선정돼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2곳에서 나란히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이오닉 5의 미래적인 디자인도 좋은 평가를 받는 요소 중 하나다.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들의 커뮤니티인 〈카 디자인 뉴스(Car Design News)〉는 아이오닉 5를 2021 최고의 양산차 디자인으로 선정했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는 아이오닉 5에 자동차·운송 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아이오닉 5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E-GMP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기차들이 보여줄 혁신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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