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8 현대 모터스포츠팀

〈2022 WRC 2R〉 스웨덴 랠리에서 2위로 시상대에 올라선 티에리 누빌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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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 2022 WRC 2차전 스웨덴 랠리에서 포디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는 누빌 개인 통산 4회, 현대팀 7회 연속 스웨덴 랠리 포디움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WRC 유일의 풀 스노 랠리라는 스웨덴의 정체성은 최근 몇 년간 적잖이 흔들렸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눈이 부족해지면서 스테이지 구성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가 취소되고 핀란드 북극 랠리가 스웨덴 랠리를 대신하기도 했다.

스웨덴 랠리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눈과 얼음으로 이뤄진 코스를 달리는 경기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심기일전한 2022년의 스웨덴 랠리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우선 예전 개최지였던 남서부 토스비(Torsby)를 떠나 우메아(Umea)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토스비에서 북동쪽으로 700km가량 올라가야 하는 우메아는 스웨덴 북부를 대표하는 교육 도시로, 북극에 가까워진 만큼 눈이 부족할 걱정은 덜 수 있게 되었다. 전체 코스는 264.81km의 17개 스테이지로 이뤄졌으며, 총 이동 구간은 1223.22km에 달한다.

눈길을 달릴 때는 정확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해 스터드 타이어를 장착한다

풀 스노 랠리는 눈과 얼음이 뒤덮인 길에서 열리는 만큼 전용 타이어가 필수다. 20mm짜리 텅스텐 팁 384개를 둘레에 박아넣은 스터드 타이어는 눈을 헤집고 얼음을 찍어 놀라운 접지력을 제공한다. 반면에 드라이버들은 떠다니는 듯한 운전 감각과 완전히 다른 제동 감각에 적응해야 한다.

눈이 모자라거나 녹아서 자갈이 드러날 경우에는 스터드가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에 적설량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타 랠리와 달리 눈에 처박혔을 때를 대비해 참가자들은 모두 삽을 싣고 달린다. 주말에 영하 2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가 눈이 녹을 걱정을 덜어줬지만,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피트 크루에게는 고역이다.

현대팀은 핀란드에 테스트 무대를 새롭게 마련하고 랠리카의 성능을 다듬었다

개막전을 힘겹게 시작했던 현대팀은 스웨덴에서 자존심 회복을 목표로 했다. 핀란드에 새로 마련한 테스트 거점에서 랠리카를 점검하며 전투력 개선에 나섰다. 이번 시즌부터 규정이 바뀌어 본부 이외에 별도의 테스트 거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데, 현대팀은 핀란드 랠리에서 유명한 오우닌포야 점프대 인근에 테스트 거점을 마련했다.

라이벌 도요타팀은 아예 핀란드에 자리 잡고 있고, 영국의 포드팀은 본거지에서 약 45km 떨어진 크레이스토크의 사유림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번 조치로 현대팀은 본거지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테스트하는 유일한 팀이 되었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볼 수 있는 고속 그레이블 스테이지 외에도 윈터 컨디션까지 두루 시험할 수 있는 핀란드는 독일에 비해 랠리카를 테스트하기에 훨씬 적합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현대팀은 티에리 누빌, 오트 타낙, 올리버 솔베르그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성했다

현대팀은 개막전과 동일하게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오트 타낙(Ott Tanak),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로 드라이버 라인업을 구성했다. 누빌은 2018년 스웨덴 우승자고, 타낙은 도요타팀 소속이던 2019년에 우승했다. 또한 현대팀 이적 후 첫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한 랠리이기도 하다. 팀 막내인 솔베르그는 워크스 드라이버가 된 이후 모국에서 펼치는 첫 번째 랠리다.

현대팀과 달리 도요타팀과 포드팀의 진영에는 변화가 있었다. 도요타팀은 개막전에 출전했던 세바스티앙 오지에(Sebastien Ogier)가 빠지고 에사페카 라피(Esapeka Lappi)가 엔트리했다. 여기에 엘핀 에반스(Elfyn Evans), 칼리 로반페라(Kalle Rovanpera) 그리고 다카모토 가츠타(Takamoto Katsuta)의 구성이다. 포드팀은 세바스티앙 로브(Sebastien Loeb)가 빠지고 크레이그 브린(Craig Breen)과 아드리안 포모(Adrien Fourmaux), 그리고 거스 그린스미스(Gus Greensmith)를 출전시켰다. 역대 WRC 챔피언 타이틀 보유 1, 2위인 로브와 오지에는 일선에서 물러나 일부 경기에만 파트타임으로 참가하고 있다.

새하얀 눈길을 달리는 것은 낮이나 밤이나 어렵긴 매한가지다

목요일 오전 테스트 스테이지를 3번씩 달리며 세팅을 조절한 드라이버들은 저녁 8시 개막식을 치른 후, 금요일에 도시 북쪽에서 본격적인 경주를 시작했다. 스웨덴 지역 랠리 챔피언십의 코스를 일부 사용했기 때문에 현지 드라이버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에게는 생소한 구성이었다. 그래도 중간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개막전과 달리 점심시간에 서비스 타임이 주어졌다.

스웨덴 랠리의 매력 중 하나는 새하얀 설원을 질주하는 랠리카들의 속도가 다른 랠리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이날은 크록쇼(Kroksjo, 14.98km), 캄스욘(Kamsjon, 27.81km), 세발(Savar, 17.28km) 등 3개 스테이지를 오전과 오후에 반복해 달린 후, 저녁에 우메아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는 SS1~SS7/125.67km 구성이다. 5.53km의 SS7 스프린트 스테이지는 우메아 도심 인근에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레드 바른 아레나(The Red Barn Arena)에 마련되었다. 이벤트 현장에는 스웨덴 왕실의 일원이자 랠리 팬인 칼 필립 왕자가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오트 타낙은 스웨덴 랠리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여러 문제가 생기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오프닝 스테이지에서는 타낙이 톱 타임을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솔베르그와 누빌이 잇달아 3, 4위를 기록한 현대팀은 개막전에서의 부진을 털어낸 모습이었다. 도요타팀은 로반페라가 0.4초 차이로 2위를 기록했고 라피, 에반스가 5, 6위를 차지했다. 로반페라는 SS3를 잡으며 오전 루프를 종합 선두로 마무리했으며 솔베르그가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촉망받는 기대주인 올리버 솔베르그는 모국에서 열린 이번 랠리에서 꽤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크록쇼 스테이지를 다시 달린 SS4에서는 로반페라가 부진한 반면 에반스가 톱 타임으로 종합 선두 자리를 넘겨받았다. 현대팀은 타낙이 SS5, 누빌이 SS6을 잡아 선두권과의 거리를 좁혔다. SS6에서 에반스와 0.6초까지 시차를 줄인 누빌은 SS7에서 다시 톱 타임을 기록하며 금요일을 종합 선두로 마무리했다. 누빌 뒤로 도요타팀 트리오 로반페라, 에반스, 라피가 바짝 뒤쫓았다. 길을 잘못 들었던 솔베르그는 누빌과 28.1초 차이로 종합 5위에 올랐다. 타낙은 랠리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경고등이 들어와 SS5 종료 후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전을 위한 예방적 규정 때문이다.

스웨덴 랠리의 또 다른 매력은 북반구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초 토요일에는 8개 스테이지를 달리는 바쁜 스케줄이 계획되어 있었다. 브라트비(Brattby, 10.49km)에서 시작해 북서쪽의 외트레스크(Ortrask, 20.49km), 그리고 가장 남단에 위치한 렝게드(Langed, 19.49km)를 거쳐 금요일 우메아 스프린트의 연장형(11.17km)에서 루프를 마감하는 구성이었다. 그중 외트레스크는 스웨덴 랠리의 다양한 매력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답고도 도전적인 스테이지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순록 무리의 이동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 일주일을 앞두고 취소가 결정됐다.

티에리 누빌은 스웨덴 랠리 내내 상위권 기록을 유지하면서 포디움 진입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토요일을 시작하는 SS8에서 3위로 종합 선두에 오른 로반페라는 SS10, SS14, SS15를 잡으며 종합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누빌은 SS11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상으로 속도가 줄어 종합 4위까지 밀려났다가 오후에 분발해 라피를 밀어내고 3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에반스는 1위와 8.3초 차이로 2위를 지켰다. 토요일을 마무리하는 SS15에서 로반페라보다 빨랐지만 코스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10초 페널티를 받았다. 에반스와 13.4초 차이로 종합 3위인 누빌은 도요타팀의 라피에게 맹추격을 받았다. 시상대 등극을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가츠타, 그린스미스, 솔베르그가 5~7위. 첫날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던 솔베르그는 점점 순위가 밀려나 SS15 시작 지점에 16분을 지각해 페널티를 받고 7위로 밀려났다. 포드팀의 포모는 엔진 트러블로 4분 이상을 잃고 종합 15위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날 엘핀 에반스의 사고 장면. 사진 : WRC (https://www.wrc.com)
위의 사고에 이어 또 한번의 사고를 겪은 엘핀 에반스는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반면에 티에리 누빌은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가 결국 종합 2위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일요일은 SS16~SS19의 4개 스테이지 56.84km에서 최종 승자를 가렸다. 우메아 북서쪽에 위치한 14km 남짓한 빈델른(Vindeln)과 잘스욜리덴(Sarsjoliden)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렸다. 이날도 로반페라는 여전히 빨랐다. 그런데 2, 3위권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에반스가 코스를 이탈하면서 2번이나 사고를 냈고, 특히 2번째 사고는 고속 주행 중 코스 측면의 눈덩이를 강하게 들이받은 탓에 보닛이 꺾여 올라가고 경주차의 앞부분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사이에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간 누빌은 종합 2위로 부상했다.

SS17에서 라피의 추격을 3.2초 차이로 막아낸 누빌은 트랙션 부족에 고전하면서도 SS18 톱 타임으로 종합 2위 자리에 쐐기를 박았다.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최종 잘스욜리덴에서는 타낙이 파워 스테이지 톱 타임으로 5점을 챙겼고 로반페라, 누빌, 가츠타, 브린이 2~5위를 기록했다.

스웨덴 랠리 종합 2위에 오른 티에리 누빌. 누빌과 다른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현대팀은 이번 랠리에서 34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결국 로반페라가 스웨덴 랠리 최종 우승자가 되었고 현대팀의 누빌이 2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포디움의 마지막 한자리는 로반페라의 팀 동료인 라피가 차지했다. 가츠타, 그린스미스, 솔베르그가 4~7위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그 뒤 10위까지는 WRC2 선수들이 차지했다. 2019년도 스웨덴 랠리의 우승자였던 타낙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누빌은 시즌 첫 시상대 등극으로 개막전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면서 챔피언십에서도 2위(32점)로 부상했다. 타낙과 솔베르그가 시즌 첫 득점에 성공하면서 현대팀은 타이틀 경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다만 선수들을 괴롭힌 하이브리드 트러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편, 부친 하리 로반페라가 21년 전 우승했던 스웨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칼리 로반페라는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선두(46점)가 되었다. WRC 제3전은 발칸반도의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에서 4월 21~24일 타막 랠리로 열린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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