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소형 해치백은 유럽 소비자로부터 인기가 많은 차종 중 하나다. 작고 가벼운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덕분에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가 뛰어나 ‘핫해치(Hot Hatch)’ 또는 ‘포켓 로켓(Pocket Rocket)’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다. 또한 고성능 소형 해치백은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력이 집약된 모델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향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인기를 방증하듯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의 자동차 브랜드는 각기 1~2가지 이상의 고성능 소형 해치백을 선보이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 이하 AMS)>가 진행한 고성능 소형 해치백 비교 평가에서 현대자동차 i20 N이 승전보를 전해왔다. 해당 시장에서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동급 경쟁자를 큰 점수 차이로 따돌린 것이다. 현대차가 쏘아 올린 ‘포켓 로켓’이 어떻게 승리를 거머쥐었는지 그 비결을 살펴봤다.
i20 N은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고성능 브랜드 N의 기술과 노하우를 반영한 유럽 전략형 모델이다. 평가 무대에 함께 오른 차량은 동급 경쟁 모델인 포드 피에스타 ST다. 두 대 모두 소형차에 해당하는 B세그먼트 모델로, 일상에서 편리하게 활용 가능하고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차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참고로 i20 N은 최고출력 204마력을 발휘하는 4기통 1.6 터보를 탑재했으며, 포드 피에스타 ST는 200마력을 발휘하는 3기통 1.5 터보를 탑재했다. 공차중량은 모두 1.2t 수준으로 유사하다. 즉, 주행 성능을 결정짓는 주요 지표가 비슷한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견됐다.
<AMS>는 두 차량을 꼼꼼하게 비교하기 위해 평가 부문을 바디, 컴포트,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안전성, 친환경성, 비용 등 총 7개로 세분화하고, 실제 계측으로 얻은 수치를 점수로 환산해 평가의 객관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 기자들의 비평을 더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펀드라이빙에 중점을 둔 데일리카로써 차량을 살핀 <AMS>의 평가 기준이다. 이번 평가는 7개 부문에 각각 다른 배점을 적용한 총 900점 만점의 점수제로 구성됐으며, 그중 실내 공간과 안락함을 평가하는 바디 부문과 컴포트 부문에는 각각 130점과 120점이 할애됐다. 반면, 차량의 성능과 관련된 파워트레인 및 주행 성능 평가 부문에는 각각 150점을 배점해 해당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두 차량의 각 평가 부문별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바디 부문에서는 i20 N이 95점을 획득해, 78점에 불과한 피에스타 ST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i20 N은 바디 부문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 8개 중 실내공간, 트렁크, 실용성, 센터페시아 구성, 조작 편의성, 전방 시야, 실내 품질 등 7개 세부 항목에서 피에스타 ST보다 더 높은 평점을 얻었다.
i20은 컴포트 부문에서도 79점을 획득하며 피에스타 ST를 3점 차이로 앞섰다. 컴포트 부문은 서스펜션, 1열 시트, 2열 시트, 멀티미디어, 편의사양, 공조기, 실내 소음 계측, 체감 소음 등 총 8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중 i20 N은 체감 소음을 제외한 7개 세부 항목에서 모두 피에스타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즉, 바디 부문과 컴포트 부문에서 보여준 i20 N에 대한 <AMS>의 긍정적인 평가는 ‘편리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승용차’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평가는 핫해치로써의 자질과 경쟁력을 검증하는 자리인 만큼, 차량의 성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안전성 부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았다. 사실상 이번 평가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는 두 차량이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가령 i20 N은 파워트레인 부문의 세부 항목 중 변속과 최고속도에서 각각 2점과 1점을 더 따냈고, 피에스타 ST는 NVH와 출력 특성에서 각각 2점과 1점을 더 받으며 동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피에스타가 가속 응답성에서 4점을 받으면서 파워트레인 부문을 가져갔다.
파워트레인 부문 점수는 i20 N이 98점, 피에스타 ST가 103점으로 5점 차이에 불과했다. <AMS> 역시 “i20 N의 변속기는 매우 유용한 REV 매칭 기능을 탑재한 덕분에, 저단으로 변속 시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고, 모터스포츠에 어울리는 엔진 사운드도 제공한다”는 평가와 함께 i20 N 파워트레인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했다. 아울러 주행 성능 부문과 안전성 부문에서는 i20 N이 피에스타 ST를 압도했다. 특히 주행 성능과 관련된 대부분의 세부 항목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입증했다. 해당 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행 성능 부문의 경우 주행 다이내믹, 핸들링, 조향 성능, 회전반경, 트랙션, 주행 모드, 직진성 등 7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중 i20 N은 핸들링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피에스타 ST와 같거나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i20 N이 해당 부문에서 획득한 점수는 총 117점으로. 피에스타 ST를 7점 차이로 앞섰다.
<AMS>는 “슬라럼 테스트에서 피에스타 ST가 66.8km/h를 기록한 반면, i20 N은 68.6km/h로 더 빠르게 통과했다”며, 뛰어난 핸들링 성능을 호평했다. 또한 “조향감, 배기 사운드, 엔진 반응, VDC 등을 제어하는 다섯 가지 주행 모드를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분석과 함께 i20 N을 “정말 빠른 소형 스포츠카”로 정의했다.
두 차량의 점수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평가는 안전성 부문이었다. 안전성 부문은 안전사양, 헤드램프 성능, 제동거리(100km/h→0, 130km/h→0), 제동 반응, 주행 안전성 등의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즉, ‘능동적인 주행 역량을 바탕으로 사고를 회피하는데 어떤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부문이다. 여기서 i20 N은 111점을 받으며 89점을 획득한 피에스타 ST를 22점 차이로 따돌렸다.
이 같은 결과에는 i20 N의 강력한 제동 성능이 주효했다. i20 N은 시속 13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제동 테스트에서 냉간 시 56.8m, 열간 시 56.1m에 불과한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참고로 피에스타 ST는 냉간 시와 열간 시 모두 60.7m를 기록했다. <AMS>는 “두 차의 제동거리가 자동차 한 대 길이만큼 차이가 났다”며, i20 N의 제동 성능에 만족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제대로 만든 강력한 소형차”라고 호평했다. 이외에도 i20 N은 안전사양 항목에서 3점, 주행 안전성 항목에서 4점 앞섰다. <AMS>는 이와 관련된 i20 N의 특징으로 오버스티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VDC를 언급했다.
효율성을 점수로 환산한 친환경성 부문에 대한 평가 결과도 박빙이었다. <AMS>는 일반적인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맞춰 단거리 시내 주행 및 고속 주행을 가정한 약 300km에 이르는 시험 코스를 주행한 뒤 실제 연료 효율을 계측했다. 여기서 i20 N은 7.5ℓ/100km의 효율로 13점, 피에스타 ST는 7.3ℓ/100km 효율로 14점을 획득했고, 공인 연비 항목에서는 두 대 모두 4점씩을 얻었다. 그 결과 친환경성 부문 총점은 50점 만점 기준 i20 N이 17점, 피에스타 ST가 18점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비용 부문에서는 i20 N이 132점을 얻어 126점의 피에스타 ST를 6점 앞섰다. i20 N은 보다 저렴한 차량 가격, 풍부한 편의사양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반면 <AMS>는 소모품 비용, 점검 비용, 연료비 등에서는 피에스타 ST가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총 7개의 평가 부문을 합산한 종합 점수 결과는 어땠을까? i20 N은 <AMS>의 이번 비교 평가에서 종합 649점을 기록하며 600점의 피에스타 ST를 큰 점수차로 따돌렸다. <AMS>는 이에 대한 총평으로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해 왔던 피에스타 ST가 자신을 능가하는 적수를 만났다”며, i20 N이 선보일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AMS>는 i20 N이 “더 넓은 공간, 뛰어난 안락함,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말과 함께 “i20 N이 승리했다”고 결론을 지었다.
i20 N에 대한 유럽 전문가들의 호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영국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 ‘탑기어(Top Gear)’는 매년 세계 최고의 고성능 차를 선정하는 ‘스피드 위크(Speed Week)’ 행사에서 i20 N을 챔피언으로 선정했다. 탑기어 스피드 위크는 1년 동안 영국에서 판매된 최고의 고성능 차들을 대상으로 주행 역동성과 운전 재미가 가장 뛰어난 한 대의 차를 선정하는 고성능 차 콘테스트다. 당시 i20 N의 스피드 위크 챔피언 수상은 포르쉐 911 GT3,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맥라렌 720S GT3X, BMW M3 컴페티션 등 총 25개의 스포츠카와 경쟁해 얻은 결과였다는 점에서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i20 N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최신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성능 해치백의 격전지인 유럽에서 결실을 하나씩 맺고 있다. <AMS>의 이번 평가는 실용성, 성능, 운전의 재미까지 두루 갖춘 고성능 소형 해치백이 더는 유럽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았다. 물론, 현대차가 쏘아 올린 포켓 로켓이 거둘 성과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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