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운전자는 물론 자동차에도 혹독한 계절입니다. 추위 속에 얼어붙은 자동차의 컨디션을 고려해 예열 및 각종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죠. 전기차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전기차만의 특징을 알고 관리에 임한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겨울이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전기차는 겨울철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가 떨어지듯, 전기차 역시 전비가 낮아지는 것이죠.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입니다. 배터리 내부는 액체 전해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을 오갈 수 있는 통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기온이 떨어지면 전해질이 굳으면서 내부 저항이 커지게 되고, 그만큼 효율이 낮아집니다. 이처럼 온도는 배터리 효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신 전기차는 따뜻한 날(상온)과 추운 날(저온)의 1회 충전 주행거리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기아 EV6가 좋은 예죠. 19인치 휠을 끼운 EV6 롱레인지 2WD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 483km, 저온 446km입니다. EV6는 저온에서의 1회 충전 주행거리 저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전기차죠. EV6와 함께라면 겨울철이라고 굳이 동선 및 사용 패턴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각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25℃)과 저온(-7℃)에서 각각 측정하며, 저온 주행거리는 히터를 최대한 가동하며 확인합니다(국내 기준). 전기차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배터리의 전력을 이용해 히터를 구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기 히터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며, 히터 사용량만큼 주행거리도 줄어듭니다. 일부 전기차 또는 구형 전기차의 겨울철 전비가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쏘울 EV부터 전기차의 각종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전기 히터 작동에 들어가는 에너지까지 아끼고 있습니다. 물론 EV6에도 최신 히트펌프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죠. 이는 EV6의 겨울철(저온) 1회 충전 주행거리 감소폭을 줄이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히트펌프는 전장 부품에서 발생한 폐열을 활용해 액상의 친환경 냉매를 기체로 기화시키고, 압축기로 압력을 높인 이후 고압의 기체를 응축기로 전달해 다시 액체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난방에 사용합니다. 물이 수증기가 되려면 열이 필요하고, 반대로 수증기가 물이 될 때 열을 발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저온 상태에서 배터리는 효율만이 아닌 충전 속도도 느려집니다. 그래서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는 실내주차장을 이용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실내 주차 시 배터리 보호 및 엔진 예열 시간 단축 등의 이점이 있습니다. 전기차는 예열이 필요 없지만, 배터리 온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EV6와 같은 현대차그룹의 최신 전용 전기차에는 배터리 온도를 조절하는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 외부에 있는 승온 히터로 냉각부동액을 데워 배터리 온도를 높여주죠. 덕분에 겨울철에도 급속 충전이 가능합니다. 기아 EV6에서는 ‘윈터 모드’를 활성화해 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겨울철 주행 및 충전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단, 윈터 모드는 전력을 사용하기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급속 충전 직전처럼 필요할 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기차의 특성을 이용하면 겨울철 주행이 조금 더 쾌적해집니다. 전기차는 충전 상황에서 충전기의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 중 공조 장치를 작동하면 별도의 전력 소모 없이 따뜻한 상태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충전 중 차에서 대기한다면 열선과 전기 히터를 켜고 릴렉스 컴포트 시트를 활용하면 편히 쉴 수도 있습니다. 충전 중 자리를 비운다면 예약 공조 기능을 설정해두세요. 출발 시각을 설정한 뒤 예약 공조 메뉴를 설정하면, 출발 시각에 맞춰 설정한 온도로 공조 장치(히터 및 에어컨)를 작동합니다. 예약 공조는 충전 케이블이 연결돼 있는 상태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차량 배터리 전력 소모 없이 따뜻한 상태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한편, 충전기는 완속/급속 구분 없이 필요한 상황에 맞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BMS(배터리 제어기)가 안전하게 제어하며, 20년 이상 성능을 유지합니다. 다만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완속으로 100%까지 충전하면 배터리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니 한 달에 한 번은 완전 충전을 권장합니다.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는 관리가 편하다는 것입니다. 엔진오일, 변속기 오일 등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부품이 적고, 교환 주기도 길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냉각수(부동액)입니다. EV6의 경우 냉각수는 최초 교체 시기가 200,000km 또는 10년이며, 최초 교체 후 매 40,000km 또는 2년마다 교체하면 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냉각수는 엔진을 식히는 역할을 맡습니다. 전기차의 냉각수는 배터리 온도를 일정 수준에 맞춰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배터리를 식히기도, 데우기도 하죠. 전기차 역시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냉각수 교체는 반드시 직영 서비스센터 또는 서비스협력사에 의뢰해야 합니다.
전기차 관리에서는 12V 배터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커다란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12V 배터리도 사용한다는 사실이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구동계를 제외한 조작계를 전부 12V로 작동합니다.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전기차도 12V 배터리의 방전을 주의해야 합니다. 12V 배터리의 전력이 떨어지면 주행용 배터리 또는 회생 제동 에너지를 활용해 충전하지만, 12V 배터리는 일반적인 배터리이기에 수명이 다하면 교체해야 합니다.
겨울의 도로는 미끄럽습니다. 이로 인해 난처한 일을 겪지 않으려면 접지력이 충분해야 합니다. 타이어 관리의 기본은 접지면(트레드)의 마모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적정수준 이상으로 마모된 타이어는 제 성능을 낼 수 없으며 쉽게 미끄러집니다. 마모 상태는 마모한계선까지 남은 트레드의 잔량을 보고 판단합니다. 쉽게는 100원 동전을 타이어에 꽂았을 때 이순신 장군 감투까지 완전히 가려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윈터타이어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윈터타이어는 7℃ 이하의 노면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는 타이어입니다. 눈길과 빙판길에서의 접지력도 조금 더 높은 편이죠. 사계절 타이어보다 고무를 부드럽게 해주는 실리카 컴파운드의 비율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윈터타이어는 표면에 기포가 있는 발포 고무를 사용하며 트레드 구조도 홈이 더 많고 깊습니다. 접지력을 높이고 트레드 사이로 스며드는 물을 빨리 빼내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윈터타이어는 겨울철 환경에 맞춘 재료와 구조 덕분에 눈길, 빙판길 제동 거리가 사계절 타이어보다 짧습니다.
타이어 공기압 또한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낮은 온도 때문에 기체가 수축합니다. 같은 양의 공기가 들어있어도 공기압이 줄어들 수 있죠. 공기압이 낮아진 타이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방향을 바꿀 때나 속도를 줄일 때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타이어 공기압 측정기(TPM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일정 거리 이상을 주행하고 TPMS를 통해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용 공기 주입기를 구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미리 배터리를 충전해두면 힘들이지 않고 쉽게 타이어 공기압을 채울 수 있습니다. 타이어 리페어 킷에 포함된 12V 컴프레서도 유용합니다. 차량의 전원을 켜거나(전기차) 엔진 시동을 걸고 12V 파워 아웃렛에 물려 사용하면 됩니다. 공기압 게이지가 달린 발 펌프도 있습니다.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타이어 공기압 보충은 물론 자전거 타이어나 튜브에 바람을 넣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검은 얼음’을 뜻하는 블랙 아이스는 노면에 앉은 살얼음을 뜻합니다. 그늘진 곳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 주로 형성되죠. 도로에 타이어 패턴과 같은 홈(그루빙)이 있는 구간에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결빙 취약 구간에 주로 그루빙을 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로변에 눈이 있을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도로변에 쌓인 눈이 낮에 녹아 도로로 흐르고, 밤이 되어 얼면서 블랙 아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랙 아이스가 의심되는 구간에서는 속도를 낮춰 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한 번에 강하게 밟지 말고, 여러 번 나눠 천천히 밟아야 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 속도를 낮추는 것이 권장됩니다. EV6의 경우 엔진브레이크 대신 회생 제동을 사용하면 됩니다. 패들시프트를 통해 회생 제동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고, 왼쪽 패들시프트를 길게 당겨 속도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눈이 덮인 길을 달릴 때는 주행 모드를 스노(Snow)로 바꿔 달리는 것이 좋습니다. 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을 조절해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출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행 중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도 억제합니다. 타이어가 마찰 계수를 넘어서지 않게 힘을 최대한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이죠. 또한, 스노 모드에서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도 예민하게 개입해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전기차라고 해서 겨울철 관리가 특별하진 않습니다. 기본적인 부분만 잘 살펴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겨울철 낮은 기온에 의한 배터리의 성능 저하를 감안해 충전에만 조금 더 신경 써주면 됩니다. 만약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면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아의 EV 안심출동 서비스는 전기차 구입일로부터 최대 5년간 주행 중 방전 등 긴급상황 발생 시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을 돕고 있습니다.
기아의 전용 앱인 ‘이온(eON)’을 통한 전기차 픽업충전 서비스도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차량을 픽업해 가까운 충전소에서 차량을 충전한 후, 다시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 차량을 인도하는 충전 대행 서비스입니다. 전기차를 두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충전이 어렵다거나, 갑작스레 가족에게 차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초기 전기차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전기차 고유의 특성에 감탄하면서도 실용성에 대해선 의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전기차는 다릅니다. 전기차만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편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처럼 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전기차 기술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전기차 관리라는 말이 아예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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