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수소전기차 영역을 상용차 분야로 확대해왔다.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와 일렉시티 수소전기 버스 개발에 이어서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XCIENT Fuel Cell)’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스위스 내 수소 솔루션 기업, 발전소, 수소 충전소 사업자, 리테일 물류 체인 및 기타 물류 기업들과 함께 유럽의 상용 수소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전남 광양항에서 목적지인 스위스로 떠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 10대가 바로 그 신호탄이다. 스위스로 수출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유럽의 상용 수소전기차 생태계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상용 수소전기차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상용차는 운행 과정에서 여러 오염물질(NOx, PM 등)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출력과 효율이 요구되는 차종 특성상 대부분 디젤 엔진을 탑재할 뿐만 아니라 평균 주행거리도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트럭의 경우 육상 수송분야에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대형 트럭 1대에서 발생한 연간 초미세먼지(PM 2.5)는 85.98kg으로, 일반 자동차 평균인 2.12kg의 40배 이상이다. 일반 자동차 40대에 해당하는 오염물질이 대형 트럭 1대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경우 디젤 트럭 1대당 연간 약 69톤을 배출한다(스위스 운행 기준, 연간 8만km 주행 시).
하지만 이런 문제는 상용 수소전기차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소전기차는 운행 중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 발생이 전혀 없으며, 연료전지 작동 과정에서 오히려 깨끗한 공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가 상용차에 적합한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수소전기차는 대형 상용차에 필수적인 요소인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 수소탱크 용량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주행 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는 덕분이다. 아울러 상용 수소전기차는 승용 수소전기차 대비 충전 인프라 구축도 간편하다. 화물 상·하차 지역과 차고지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면 충분한 운행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비용면에서도 유리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수소전기 트럭과 배터리 전기 트럭의 운행 거리에 따른 비용을 비교한 보고서에서 100km 이상의 거리를 운행할 경우 수소전기 트럭의 운송 비용이 더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파워트레인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이 매우 적어 조용한 주행이 가능하다.
이번에 수출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사전에 조사한 현지 대형 트럭 수요처의 요청에 따라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약 400km, 수소 충전 시간은 약 8~20분(수소탱크 외기 온도에 따라 소요시간 상이)에 맞춰 개발됐다. 이를 위해 총 32kg 정도의 수소 저장 용량을 갖춘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장착했다.
냉장밴 사양의 엑시언트를 바탕으로 성능과 내구성이 검증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95kW 연료전지 스택 2개로 구성한 19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 출력 350kW를 발휘하는 구동모터를 통해 중량 화물 운송에 적합한 동력 성능을 확보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첫 상업 운행 지역인 유럽에서는 최근 상용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면서 친환경 상용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 간 물류 이동 수요가 풍부한 유럽의 운행 환경도 장거리 운행에 이점이 많은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수소 충전 인프라가 산간 지방이나 오지에 구축하기 비교적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 충전 인프라(고속)는 고전압 케이블을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반면, 수소연료는 휘발유와 경유를 운송하는 탱크로리처럼 전용 운반 차량을 통해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스위스에 도착하는 9월부터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yundai Hydrogen Mobility)’에 인도되며, 리테일 체인, F&B, 헬스케어 등 다양한 대형 트럭 수요처에서 운행될 예정이다.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지난해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 H2에너지가 함께 설립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다. 올해 말까지 추가로 40대, 2025년까지 총 1,600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에 전달될 계획이다. 차량은 일반적인 판매 방식이 아닌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Pay-Per-Use)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각 기업에 제공된다. 사용료에 충전 비용, 수리비, 보험료, 정기 정비료 등 운행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포함해 차량 이용 기업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아직 내연기관 트럭에 친숙한 수요처에게 수소전기 트럭에 대한 구매 부담과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용 수소전기차가 원활하게 운행되고 보편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를 비롯한 수소 생태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 이에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지난해 스위스의 수소 충전소 설치를 위해 글로벌 에너지사, 오일·가스 사업자, 트럭 고객사(리테일 체인, 물류) 등 총 21개 사가 설립한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H2 Mobility Switzerland Association)’에 파트너사로 참여하는 한편, 스위스 최초의 상업용 수소 생산 업체인 ‘하이드로스파이더(Hydrospider)’의 설립도 지원했다.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가 참여한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를 중심으로 ‘수소전기 트럭 공급 - 대형 트럭 이용 고객사 - 수소 충전 - 수소 생산’의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한 것이다.
하이드로스파이더는 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하고 남은 잉여전기를 사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수소연료를 생산한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춘 것이다. 충전 인프라의 경우 지난 2016년 스위스 훈젠슈빌 게베르베슈트라세에서 첫 번째 수소충전소의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 7월 7일에는 스위스 상트갈렌 주 오버슈트라세에 신규 수소충전소를 개소하는 등 올해 말까지 총 7개의 수소충전소를 스위스 주요 지역에 마련하고, 2025년까지 약 80개의 수소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향후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와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상용 수소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보급 확대,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수소경제 활성화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국내 시범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군포-옥천 구간 및 수도권 지역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운행에 대한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성능개선 과정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적인 수소전기 트럭 양산 및 보급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는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을 완성하고,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Smart Mobility Solution Provider)’으로 전환해 대중교통과 물류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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