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전 세계적으로 산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품 기획부터 생산 공정과 판매 과정에 인공지능(AI), 무인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의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Technology)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자동화 시스템을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 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 산업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지털 데이터와 ICT 기술을 활용해 제품 기획부터 생산과 판매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생산 효율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켜 고객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만족도와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독일에서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제조업이 발달한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계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 아래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IT·소프트웨어·사물인터넷을 융합해 2020년까지 전국에 1만 개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국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어 동북아 R&D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015년 생산기술 연구 전문 조직인 생산기술개발센터를 신설하고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7년 6월 위치추적 센서, 고용량 메모리, 무선통신 칩으로 이뤄진 스마트태그 시스템을 공개했다. 스마트태그 시스템은 자동차를 조립하기 전, 차체에 작은 태그를 부착해 조립 로봇 스스로 어떤 차종인지 파악하고, 해당 차종에 맞게 조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하나의 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여러 차종이 함께 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스마트태그 시스템을 도입하면 차종마다 다른 부품이 조립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어 조립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
스마트태그에 이어 현대차그룹은 2018년 11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이하 ADAS) 전장 집중검사 시스템을 공개했다. 2015년 개발을 시작한 이 기술은 여러 공정에 걸쳐 진행하던 ADAS 품질 검사를 6대의 협동 로봇을 활용해 단일 공정으로 바꾼 시스템이다. 차량 1대의 검사 시간을 최대 85초 이내로 줄일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향후 지금보다 다양한 ADAS 기능을 지원하는 자율주행차를 제작하는 데에도 큰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에는 근로자가 앉은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무릎관절 보조형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인 첵스(Chairless Exoskeleton, CEX)를 선보였다. 이어 2019년 9월에는 웨어러블 로봇 벡스(Vest Exoskeleton, VEX)를 공개했다.
벡스는 인체 관절과 유사한 복합 관절 구조를 비롯해 멀티링크 근력보상장치를 갖춘 조끼 형태의 착용 로봇이다. 특히 무게가 2.5kg에 불과할 정도로 가벼워 차체 밑에서 장시간 위를 보고 팔을 들어 작업하는 환경에서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여주고 작업 효율성을 높여준다. 또한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과 로봇이 어우러진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두 웨어러블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범용성이다. 근로자의 체형과 근력, 작업 환경에 따라 성능과 형태를 알맞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1월부터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 벡스를 시범 투입한 결과 작업자의 동작 자유도가 높고 근력 지원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제조사 및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벡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생산 공정을 넘어 개발 과정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2019년 12월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버추얼 개발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VR)을 활용한 기술로, 가상의 자동차를 만들거나 주행 환경을 구축해 신차의 디자인, 설계, 안전성, 성능 등을 디지털로 빠르고 유연하게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20명이 동시에 VR로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VR 디자인 품평장을 완공하고, 같은 해 6월부터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시범 운영하며 해당 기술의 검증을 마쳤다. VR 디자인 품평장에서는 실물로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을 바꿔가며 내외부 디자인을 살펴 볼 수 있다. 실제 자동차와 같이 자동차 기능을 작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 개발되는 많은 신차가 VR 디자인 품평을 거칠 예정이다.
이전까지의 자동차 개발 과정은 실물과 흡사한 테스트카를 다량으로 제작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이 들어갔다. 하지만 버추얼 개발을 활용하면 선행 개발 단계부터 품질을 검증할 수 있어 품질 향상은 물론, 신차 개발 기간의 약 20%를 줄일 수 있고, 개발 비용을 연간 약 15%를 절약할 수 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과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인공지능 기술도 자동차 생산 공정에 접목하고 있다. 2018년 11월 현대·기아자동차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AIR Lab(에어랩)을 신설했으며, 현재는 CIC(Company in Company)인 AIRS Company(에어즈 컴퍼니)로 진화해 자동차 AI 연구뿐만 아니라 모빌리티와 라이프 서비스 영역까지 기술 개발 범위를 넓혔다. 자동차 생산 공정 분야의 AI 연구와 적용은 AIRS Company의 AIR Lab에서 담당하고 있다.
AIR Lab이 개발한 도장검사지 딥러닝(Deep Learning) 스캐닝 인식 기술은 자동차 도장면 검사 공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해 도장 품질 수준을 높인다. 도장검사지는 검사자가 차량의 도장 표면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이상 부위를 발견했을 때 위치와 이상 유형(코드)을 기록한 문서다. 딥러닝 기술은 빅데이터로 수집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컴퓨터가 사람과 흡사한 분별력, 사고방식을 갖추도록 학습시키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이다.
AIR Lab은 생산개발본부와 협업하여 도장검사지에 적힌 검사 시간, 차종, 이상 유형, 이상 발생 위치 등의 정보를 빠르게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도장 공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나 특정 차종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라인에서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적용한 결과, 일평균 400장의 도장검사지를 스캔했으며 약 95%의 검출 정확도를 보였다.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구축되면 결함률이 낮아지고, 이는 전반적인 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다른 공장과 생산 공정에도 딥러닝 스캐닝 인식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휠 얼라인먼트 조정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휠 얼라인먼트는 차량의 바퀴 각도를 정렬하는 작업으로, 제대로 조정이 되어 있지 않으면 차가 똑바로 달리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휠 얼라인먼트 조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는 각 차종 별 휠 각도와 그에 맞는 최적의 너트 조정 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학습 능력이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과거의 휠 얼라인먼트 데이터를 토대로 차종마다 적합한 조정 값을 예측한다. 여기서 예측한 조정 값으로 작업을 한 후 결과를 다시 인공지능 컴퓨터에 전달하고, 결과를 확인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 휠 각도와 조정 너트의 관계를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온라인 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휠 각도가 주어졌을 때 최적의 조정 값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하반기 싱가포르 서부 주롱 산업단지에 들어설 현대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센터(Hyundai Mobility Global Innovation Center in Singapore, 이하 HMGICs)는 완성형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비전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의 혁신 기술을 선도하는 곳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전문 연구기관이 포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지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HMGICs에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미래 사업을 발굴해 실증할 계획이다. 또한 HMGICs를 새로운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한 포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HMGICs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위해 차량 연구 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또한 각종 미래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의 역할도 겸한다. 사물인터넷으로 수집한 실시간 디지털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이를 최적화된 조건으로 제어하는 차세대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사람중심의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소규모 전기차 시범 생산 체계, 고객 주문형 생산 시스템 등에 적용해 다양한 검증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HMGICs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실현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비전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혁신 프로젝트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신차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여기서 얻는 이익을 개발 비용에 투자해 더 좋은 차를 만드는 일. 근로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ICT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고객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편리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팩토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배경에는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비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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