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꾼 코로나19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야외 활동이 제한되자 자동차의 활용 빈도가 높아진 것입니다. 팬데믹으로 중단된 각종 활동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말이죠. 실제로 이노션이 지난해 전 세계의 모빌리티 관련 빅데이터 약 763만 건을 분석한 결과, 모빌리티 공간의 의미와 역할이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의 역할이 이동만을 위한 편리한 도구에서 생활 영역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팬데믹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의 움직임, 이동에 많은 제약을 가했습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해 이동을 최소화해야 했고, 행동 반경도 줄여야 했습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사용은 당연히 줄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이용객은 2019년에 비해 27% 감소했습니다. 시내버스 이용객 역시 24% 줄었죠. 장거리를 움직이는 전세 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전국의 하루 평균 버스 교통량이 2019년 대비 38.7%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와 더불어 감염에 대한 불안감에 야외 활동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대중교통 이용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자가용 이용률 감소는 미미했습니다. 재택근무 등에도 불구하고 도로 교통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승용차의 하루 평균 교통량 감소는 0.9%에 그쳤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이동 시 주로 승용차를 이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II’ 보고서를 통해 중고차 업계와 자동차 운전학원 매출 증가를 근거로 개인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제공하는 모빌리티의 필요성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신변의 위협은 개인 모빌리티 필요성에 대한 수요 증가와 더불어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이노션의 빅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인 데이터 커맨드 센터(Data Command Center, DCC)는 지난해 전 세계의 모빌리티 관련 빅테이터 약 763만 건을 분석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 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서 DCC는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에서 이동과 더불어 공간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빌리티 공간의 의미와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모빌리티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이동의 목적 자체를 자유롭게 하는 공간으로 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보자동차가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 이동 수단에서 반드시 필요한 개인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면허증을 소지한 4,000여 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에서 40대 미만의 젊은 부모 중 55%는 자동차를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뒤를 이어 M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48%도 이처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보다 어린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는 40%가 ‘이동식 모험 공간’이라고 여겼습니다.
자동차를 또 하나의 개인 공간으로 여기며 기존과 달리 사용하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른바 ‘차박’이라고 불리는 유행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노션의 DCC는 ‘솔로갬성 캠핑이 발견한 자동차의 부캐’라는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편히 쉴 수 있는 감성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 대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동과 상관없이 공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거나, 넓은 실내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뒷좌석 등 캠핑에 적합한 UX를 장착한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캠핑용 자동차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용 자동차 튜닝 승인 건수가 총 7,709건으로 2019년(2,195건)보다 무려 251% 늘었습니다. 자동차의 역할이 레저 활동 공간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실내 공간을 중시한 모빌리티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는 친환경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MPV 스타리아를 통해 변화 중인 모빌리티의 공간을 선보였습니다. 아이오닉 5는 평평한 구조 설계로 넉넉한 거주 공간을 구현해 여가, 사무 공간 등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스타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인이 편히 누워 잠을 자거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지원합니다. 거주 공간(Living Space) 테마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아울러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의 혁신 모빌리티로 목적 기반 모빌리티인 PBV(Purpose Built Vehicle)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용도에 따라 형태와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자율주행 모빌리티입니다. 이동 중 의료, 쇼핑 등 각종 서비스부터 휴식, 여가 활동 등을 누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공유 모빌리티로도 쓰일 수 있죠. 즉, 목적지까지의 이동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아닌 일상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롤랜드버거는 PBV와 같은 특수 목적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약 100만 대 수준에서 2025년까지 21%, 2023년까지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 세계를 덮친 최악의 악재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빌리티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지도 모릅니다. 미래의 일상에 보다 깊숙이 스며들 새로운 모빌리티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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