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 현대건설

집은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미래 주거 공간에 관한 몇 가지 이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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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에 찾아올 변화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살펴봤습니다. 미리 알면 더 풍요롭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의 집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덕분에 미래학자가 예견하던 재택근무, 언택트 이코노미 등의 시나리오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죠. 주거 공간 역시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 1인 가구 증가, 밀레니얼 세대의 본격적인 사회 진입 등 변화를 촉진하는 기존의 다른 여러 요인도 빼놓을 수 없죠.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주거의 다면성과 그 양상에 대해 미리 생각해보면 한결 풍요롭고 유연한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근미래에 예측되는 집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의 재발견 - 기본으로 돌아가다

집은 의(衣)·식(食)·주(住) 중 하나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존엄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추위와 같은 외부 환경에서 신체를 보호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안식처죠.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집은 부동산의 대명사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거 공간으로서 집의 근원적인 가치를 찾는 움직임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공간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한 미래가 지속될수록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이라는 존재의 원초적인 면을 더욱 굳건히 믿게 된다고 말합니다.

미래의 집은 주거 공간이라는 기본에 더욱 충실함으로써 맞춤형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바깥 출입이 원활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다시 정비하는 움직임도 더욱 거세어졌습니다. 유명 카페와 음식점, 각종 핫플레이스의 이미지가 돌아다니는 인스타그램에서 최근 홈 인테리어가 가장 각광받는 주제로 떠오른 이유입니다. 외부의 좋은 공간에서 마음에 들었던 각종 요소들을 집 안에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집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휴식을 취하고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을 반영하고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심미적인 스타일링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령 사물인터넷(IoT) 인프라를 구축해 자동으로 쌓이는 각종 정보뿐 아니라 각종 센서를 통해 모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학습하게 만들 수 있죠. 한 사람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해 하고 익숙해 하는 패턴을 파악해 이와 유사한 상황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거의 최적화가 향후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동선과 행동, 신체의 상황과 취향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는 ‘스마트 홈(Smart Home)’이 사람을 어떤 공간에 계속 머물게 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미죠. 에너지 효율성과 보안은 물론이고,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의 발전과 활용으로 초개인화가 실현되면서 집은 말 그대로 주거자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섬세하게 진화할 것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가전제품을 비롯해 집 안 곳곳에 사물인터넷이 연결된다

집의 진화 - 역할을 다변화하다

지금까지 ‘회사’의 반대 개념이었던 집은 재택근무가 대규모로 확산되자 ‘제2의 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사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보편적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든 일처리를 하고, 화상 회의를 통해 동료들과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직장에 출근하는 기존 방식에 대한 관성이 강했기 때문에 도입이 어려웠을 뿐이죠. 하지만 2020년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밖에서 근무하는 일이 급작스럽고 광범위하게 시행되었고, 그 효율성을 인정받으면서 이제 우리가 직장이라 부르는 특정한 장소로 출근하는 게 일하기의 절대적 방식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처리하면 교통 지옥은 기본이고 각종 물리적인 시간 낭비와 사람들을 대면하며 겪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회사의 미래이자 집의 미래로 깊숙이 들어오는 이유죠.

영상통화 회의 등을 통해 집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재택근무 역시 보편화 될 전망이다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전 세계 인재들을 유혹하던 미국의 IT 기업 역시 재택근무가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한시적인 판단이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 전략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구글은 올 연말까지 직원의 60%는 1주일에 1번 꼴로 사무실에 출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5~10년 이내에 전 직원의 절반 이상이 원격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위터의 잭 도시 CEO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무기한으로 허용할 방침을 피력했지요. IT 기업뿐만이 아닙니다. 마스터카드는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무려 90%에 달하는 인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노동의 미래’라는 테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개학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도입된 온라인 교육의 활성화는 집이 주거와 일터를 넘어 교실로도 사용되는 새로운 시나리오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제 외부 공간이 맡았던 여러 역할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 삼아 집과 엮이며 융화되고 있습니다. 집이 다중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죠.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이 업무 처리, 취미 생활 등을 소화하는 다목적 플랫폼으로 바뀐다

집의 변화 - 공간 분할을 꾀하다

이런 변화의 격랑 속에서 기존의 집은 물리적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요.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블록형 단독주택에서는 요즘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보통 블록형 단독주택은 3층 규모인데 1층은 현관과 필로티 형태의 주차장으로 꾸미고, 2층에는 리빙룸, 다이닝룸, 주방을 설치하죠. 그리고 3층은 마스터 룸과 2개의 작은 룸으로 구성합니다. 특히 1층 주차장은 법적으로 건물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아서 주거자가 자체적으로 개조해 추가 공간으로 활용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그 대신 건물 연면적에 공식적으로 포함되는 영구적인 공간을 1층으로 옮기는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3층에 있는 방 하나가 1층으로 이동하고 2층 거실의 층고가 두 배 이상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1층에 새로 만든 공간은 ‘중간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2층에 위치한 가족의 사적 공간에 외부인이 갑자기 들어오는 걸 방지하는 장소로 쓰이는 거죠. 가령 집을 방문한 손님을 위한 접대 공간이나, 과외 선생님이 아이를 가르치는 공부방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평면형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예를 볼까요? ‘알파룸’이라 이름 붙인 공간은 주거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령 아이들의 학습능률을 고려한 학습 공간으로 쓰이거나, 가족이 함께 활용하는 서재, 패밀리 룸 등 가족 공용 공간은 물론이고 주방에 가까이 있을 경우 대형 팬트리(Pantry: 식료품 저장고)로 활용해 수납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죠.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84A 타입의 평면도에서도 알파룸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중간 공간은 방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20~30대 사이에서 산행의 인기를 조명한 바 있는데요. 삭막한 도시 속에서 자연이 가진 녹음에 대한 갈망이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입니다. 실제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인 플랜테리어는 보편화됐고 식물을 기르는 사람인 ‘식물 집사’를 자칭하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녹색 환경에 가까워지고 싶은 경향이 집과 결합하면 바깥 공기를 직접 접하는 테라스의 출현으로 이어집니다.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마주하며 식물을 기르고,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는 테라스의 여유는 카페와는 또 다른 경험을 안깁니다. 앞서 이야기한 중간 공간이 반(半) 사적이면서 집의 내부에 속한다면, 테라스는 내외부를 서로 잇는 반 내부적이자 반 외부적인 특성을 지니며 중간 공간의 개념을 더욱 넓히는 것이죠. 아파트에 이런 중간 공간을 설치해 삶의 질을 높이는 건 이미 싱가포르, 시드니, 홍콩, 도쿄 등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라스를 가진 공동주택이 조금씩 출현하고 있기에, 유리창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완벽히 막아버리던 경향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테라스는 내외부를 이어주는 보다 확장된 개념의 중간 공간으로써 기능할 것이다

집의 트렌드 - 개인 취향을 반영하다

유럽에서 한 손에 꼽히는 트렌드 전문가인 덴마크의 마스 알리엔-쇠보리는 트렌드를 두고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모두 다릅니다. 이제 자기만의 트렌드를 찾아가는 게 트렌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즉 퍼스널 트렌드가 글로벌 트렌드입니다.” 이런 그의 예측은 주거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간을 바꿀 때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게 당연시됐지만, 요즘 20~30대, 즉 MZ 세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MZ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리서치 능력이 탁월해 프로추어에 버금가는 정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오늘의집’, ‘집닥’, ‘호미파이’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으로 단련된 그들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공간의 힘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꾸밀 때 개개인의 취향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죠.

미래의 집은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 적극 반영된 공간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라이프스타일과 리빙 분야의 성장세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1인 가구와 자녀없이 사는 딩크족이 자신들만의 안락한 안식처인 ‘코지 홈(Cozy Home)’을 가지려는 욕구가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집 안에 오래 머물며 집이라는 거주 공간을 유심히 살피는 경험은 쉼터이자 동시에 일터가 되는 집을 송두리째 다시 단장하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각종 박람회와 전시회가 취소되면서 매년 국제적인 트렌드를 소개하던 트렌드 리더의 활약이 줄어든 것도 큰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은 매년 파도처럼 덮치던 트렌드의 홍수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적인 차별점을 추구하는 다양성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2020년은 잃어버린 해가 아니라 도리어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건강한 주거 문화가 자리 잡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업계 전문가의 말이 희망적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글.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월간 디자인>, <SPACE>,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브리크> 부편집장을 지낸 후 지금은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매체에 디자인, 건축, 예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도움말. 이준원(LG전자 홈가전사업본부 책임연구원), 조성욱(조성욱건축사사무소 대표), 천하봉(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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