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다양한 변속기를 제작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 10월에 개최된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변속기인 습식 8단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를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뛰어난 동력 전달 효율과 응답성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새로운 DCT를 소개한 바 있다. 스마트스트림 브랜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습식 8단 DCT는 기어 배치 최적화와 새로운 전동식 오일펌프 시스템 적용 및 DCT 특화 제어 로직 적용으로 변속기로서의 상품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DCT는 자동변속기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모든 방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 빠른 변속과 뛰어난 동력 전달 효율은 자동차의 역동적인 주행성을 뒷받침하며, 수동변속기에 맞먹을 정도의 연료효율성까지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DCT는 수동변속기의 우수한 연료효율성과 운전 재미, 그리고 자동변속기의 편리함을 동시에 담아낸 변속기인 셈이다. DCT는 이러한 장점들을 무기 삼아 변속기 시장에서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DCT의 태생적 우수성을 인지해 지난 2011년부터 DCT를 독자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경쾌한 주행 성능을 강조한 모델은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전용 DCT를 개발해 적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로 제작한 스마트스트림 습식 8단 DCT를 기아자동차 4세대 쏘렌토에 최초로 탑재하며 DCT 적용 차종 범위를 중형 SUV까지 확대했다.
스마트스트림 DCT가 중형 SUV에도 탑재될 수 있었던 건 이전과는 다른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우선 DCT는 클러치를 냉각시키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공기 만으로 클러치를 냉각하는 건식 DCT와 오일펌프로 냉각용 오일을 순환시켜 클러치를 냉각하는 습식 DCT가 바로 그것이다.
건식 DCT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갖춰 무게가 가볍고 동력 전달 효율과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 다만 구조상 클러치 냉각 성능에 한계가 있어 고성능 엔진에는 적용이 어렵다. 반면 습식 DCT는 클러치의 열을 식히기 위한 별도의 전동식 오일펌프를 장착하여 충분한 냉각 성능을 확보했다. 높은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일수록 클러치에 부담이 가기 마련이지만, 습식 DCT는 이러한 냉각 구조 때문에 높은 토크에도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활한 냉각을 위한 오일펌프의 장착은 DCT에 있어 단점 아닌 단점으로 여겨져 왔다. 엔진 회전수와 연동되어 작동하는 기계식 오일펌프는 구동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도 오일펌프가 작동해 불필요한 동력 손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대차그룹은 기존의 기계식 오일펌프 대신 필요할 때만 작동해 효율성을 높인 전동식 오일펌프를 채택했다.
이 전동식 오일펌프는 기어 윤활과 클러치를 냉각시키는 윤활용 전동식 오일펌프(High Flow Electric Oil Pump, 이하 HF EOP)와 변속기 제어를 위해 오일을 공급하는 제어용 전동식 오일펌프(High Pressure Electric Oil Pump, 이하 HP EOP)로 구성되어 구동 효율과 연비를 향상시킨다.
우선 모터와 펌프, 인버터로 구성되는 HF EOP는 엔진 회전수에 관계없이 펌프를 구동하여 냉각에 필요한 충분한 오일을 공급한다. HF EOP는 이렇게 연속된 변속으로 달궈진 클러치를 냉각시킬 뿐 아니라, 기어들이 보다 부드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엔진 회전수와는 무관하게 필요한 냉각 유량에 맞춰 작동하기 때문에 기계식 오일펌프 대비 연료효율성 측면에서 이점을 지닌다.
현대차그룹이 새로 개발한 습식 8단 DCT는 최대 53kgf.m에 달하는 토크에도 대응한다. 기존에는 적용이 어려웠던 고성능 디젤 엔진에도 장착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동변속기의 메커니즘을 담아낸 변속기 답게 동력 전달 효율 및 가속력 같이 성능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에서도 향상된 수치를 보여준다.
습식 8단 DCT의 동력 전달 효율은 93.8%로, 기존 8단 자동변속기 대비 8.7%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동력 전달 효율이 높다는 것은 쉽게 말해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압으로 각 기어를 제어하는 기어 시프트 실린더(Gear Shift Cylinder, GSC) 부품을 독립식으로 설계해 변속 성능도 개선했다.
습식 8단 DCT의 적용은 비단 수치상의 성능에만 영향을 끼친 게 아니다.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변속감 덕에 전반적인 승차감이 좋아진 것은 물론, 냉각용 오일이 꾸준히 클러치의 적정 온도를 유지해 주어 한계 주행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과열 현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의 저속 주행이나 경사로 같이 변속기에 부하가 많이 발생하는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변속기 유압 손실을 줄이기 위해 습식 8단 DCT에 고정밀 솔레노이드 밸브를 적용했고, 수동변속기의 변속 메커니즘과 유사한 구조의 CSC(Concentric Slave Cylinder)를 습식 다판 클러치에 조합했다. 습식 8단 DCT는 고출력 엔진에 대응할 수 있는 고용량의 변속기이지만, 변속기의 형상을 차량에 맞추어 설계함으로써 준중형급 자동차에도 무리 없이 탑재할 수 있다.
DCT는 내연기관 엔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첨병이다. 다단화와 더불어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극대화된 효율성과 훌륭한 직결감까지 선사했던 DCT가 이제는 습식 클러치 라인업 추가로 대응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출시를 앞둔 더 뉴 싼타페를 비롯해 향후 출시될 다양한 모델들에 습식 8단 DCT를 전개하여 고성능과 연비 모두를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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