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5 현대 모터스포츠팀

현대 월드랠리팀 2021 WRC 개막전 제조사 부문 2위로 출발, 또 한 번 역전 드라마 노린다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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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이 2021 WRC 개막전인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포디움에 올랐다. 하지만 라이벌 토요타팀에게 원-투 피니시를 빼앗기며 제조사 부문 2위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는 2020 WRC에서 극적인 역전 승부를 펼치며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타이틀을 성공적으로 지켰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수많은 변수와 싸워 얻은 값진 결과였다. 새롭게 펼쳐지는 2021 WRC에서 현대차의 목표는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와 함께 3연속 제조사 부문 우승을 거머쥐는 ‘헤트트릭’ 달성이다. 그와 함께 사상 최초로 드라이버 부문에서도 챔피언십을 획득하고자 한다.

매년 WRC 개막전으로 개최되는 몬테카를로 랠리(Rallye Monte-Carlo)는 19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89회째를 맞는 가장 오래된 랠리다. 또한 WRC 경기 중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랠리 무대가 알프스 산맥 자락에 위치한 탓에 변화무쌍한 기후가 주행환경을 시시각각 바꿔 놓기 때문이다.

몬테카를로 랠리는 기본적으로 포장도로(타막)로 구성되어 있으나, 도로 곳곳이 눈으로 덮여 있고 예측이 어려운 블랙아이스를 상대해야 한다. 때문에 그 어느 대회보다 선수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각 팀마다 도로 상태를 미리 점검해 전략을 세우는 그라발 크루(Gravel Crew)가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 정보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눈길, 빙판길, 포장도로 등 노면 상태에 맞춰 최고의 접지력(성능)을 낼 수 있는 타이어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 흔히 도박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는 ‘몬테카를로’ 답게, 타이어의 선택에도 어느 정도의 도박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가기도 한다.

2021 WRC의 새로운 공식 타이어인 피렐리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4가지 종류로 제공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시즌부터 공식 타이어 공급사가 기존 미쉐린에서 피렐리로 바뀐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그에 따라 몬테카를로 랠리에 소프트/슈퍼소프트/스노우/스노우(스터드) 총 4가지의 피렐리 타이어가 제공됐다.

올 시즌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티에리 누빌과 첫 호흡을 맞추는 마틴 비데거 코드라이버. 그는 WRC2 및 지역 랠리를 통해 현대팀과 호흡을 맞춰왔다

타이어 변경이라는 변수 외에도 현대팀의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은 10년간 호흡을 맞춰 왔던 코드라이버를 니콜라스 질술에서 마틴 비데거로 전격 교체했다. 랠리는 약 300km에 달하는 스테이지를 코드라이버의 페이스 노트 전달에 의지해 달린다. 이런 특성 때문에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의 궁합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누빌은 새로운 코드라이버와의 호흡을 가장 까다로운 랠리에서 처음으로 맞춰보게 됐다.

2021 WRC 몬테카를로 랠리는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펼쳐졌다. 이 기간 동안 각 팀이 이동해야 하는 총 거리는 1392.88km에 달했으며, 이 중 14개의 스테이지 258.49km 구간에서 각축을 벌였다. 올 시즌 몬테카를로 랠리는 역사상 가장 짧은 거리로 구성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효과적인 통제 및 프랑스 전역에 발효된 통금 시간(오후 6시~오전 6시)에 맞춰 14개 스테이지로 축소 진행됐다.

티무 수니넨의 조기 리타이어는 몬테카를로의 무서움을 실감케 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악명 높은 몬테카를로 랠리는 첫 번째 스테이지부터 희생자를 낳았다. 포드팀의 티무 수니넨이 미끄러운 노면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둔덕에 부딪히며 도랑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다행히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무사히 탈출했으나, 몬테카를로 랠리를 20km 가량만 주행한 채 남은 일정을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목요일 진행된 약 40km 길이의 스테이지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 선수는 현대팀의 오트 타낙이었다. 그 뒤를 토요타팀의 신예 로반페라가 3.3초로 바짝 추격했고, 이어서 에반스(토요타), 누빌(현대), 오지에(토요타), 소르도(현대)가 이름을 올렸다.

둘째 날의 타이어 선택이 현대팀과 토요타팀의 향방을 크게 갈랐다

5개 스테이지 약 105km 코스로 구성된 둘째 날(금요일)은 몬테카를로 랠리 일정 중 주행 거리가 가장 길다. 둘째 날 가장 눈에 띈 점은 각 팀의 타이어 선택이었다. 현대팀은 슈퍼소프트 3짝, 스터드 타이어 3짝을 챙긴 반면, 토요타팀은 슈퍼소프트 4짝, 스터드 타이어 2짝을 챙겼다. 현대팀의 누빌과 타낙은 코스 특성을 고려해 조수석 뒷바퀴에 스터드 타이어를 장착했고, 토요타팀은 스터드 타이어를 스페어로 차에 실어둔 후 슈퍼소프트를 낀 채 코스를 공략했다.

몬테카를로 랠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 상태로 인해 타이어 선택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변수 때문일까, 현대팀과 토요타팀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선수가 예측하기 힘든 노면 조건으로 인해 브레이킹 포인트 및 코너 속도 제어에 애를 먹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현대팀 선수들이 경주차를 마음껏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도로 위 쌓인 눈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며, 슈퍼소프트를 장착한 토요타팀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흘러갔다. 설상가상으로 현대팀의 그라발 크루들이 로드 섹션에서의 사고로 인해 스테이지를 미리 점검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선수들은 노면 상황을 제대로 업데이트 받지 못했다.

타이어 선택의 차이로 현대팀은 둘째 날 주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이 때문에 SS5에서 타낙과 누빌이 차례로 스핀하는 등 시간 손실이 많았다. 소르도 역시 뒤쪽에 끼워진 스터드 타이어로 인해 경주차 제어에 힘겨워 하는 듯했고, 선두와의 격차는 조금씩 벌어졌다. SS6을 앞둔 정비 시간에서도 각 팀의 타이어 선택은 달랐다. 토요타팀은 2개의 스페어를, 현대팀은 1개의 스페어만을 싣고 SS6을 향해 출발했다. 그 결과, SS6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오전 주행에서 완벽에 가까운 주행을 보이며 선두로 치고 올랐던 오지에가 스핀과 함께 운전석 앞바퀴에 펑크가 난 것이다. 이로 인해 오지에는 30초가 넘는 시간 손실을 입으며 3위까지 내려앉았고, 이틈을 이용해 타낙은 2위까지 치고 올랐다. 반면, 누빌은 선두와 1분 이상 뒤쳐지며 우승권과 멀어지고 있었다.

몬테카를로의 토요일 일정은 눈 덮인 도시를 지나 변화무쌍한 오솔길을 주행해야 한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몬테카를로 랠리는 토요일 오전에 3개 스테이지, 약 60km 정도의 거리만 달린 후, 일요일 일정이 치러지는 모나코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토요일 스테이지는 영하 10도의 추운 기온으로 인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때문에 타이어 선택은 비교적 간단했다. 모든 팀이 스터드가 박힌 스노 타이어를 장착한 것이다. 단 한 가지 달랐던 점이라면, 현대팀은 선두권 추격을 위해 하나의 스페어 타이어만 싣고 달렸다. 이 때만 해도 2021 시즌 개막전을 우승으로 끝내기 위해 내린 도박적인 선택이 너무나도 아쉽게 타낙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WRC 주최측에서는 지난 시즌 타낙이 겪었던 종류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시케인을 추가해 직선 속도가 줄도록 유도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타낙은 SS9 출발 직후 스핀하면서 무엇인가와 부딪혀 운전석 앞쪽 휠이 망가지고 말았다. 이어지는 SS10은 지난 시즌 타낙이 불운한 사고로 리타이어 한 곳이기도 했다. 올 시즌은 WRC 주최측에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구간에 시케인을 추가로 설치해 직선 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타낙은 올 시즌에도 코스 중간 지점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이번엔 조수석 뒷바퀴가 터졌다.

타이어가 터진 타낙은 우여곡절 끝에 서비스파크에 도착했지만, 추가 교체할 스페어 타이어가 없어 아쉽게도 남은 일정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SS10 결승선에 도착한 타낙의 휠은 이미 타이어가 다 뜯겨 나간 뒤였다. 연속으로 찾아온 불운으로 인해 타낙의 우승은 사실상 힘들어졌으나, 그는 제조사 포인트 획득을 위해 계속해서 달리고자 노력했다. WRC의 규정상 로드 섹션(스페셜 스테이지가 아닌 일반 공공도로 이동 구간)에서는 해당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한다. 때문에 로드섹션에서는 타이어가 없이 휠만으로 주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낙은 SS9에서 손상되어 빼놨던 휠을 다시 갈아 끼고 서비스파크까지 도착했다. 하지만 이 또한 타이어가 모두 이탈해 휠만 남은 상태였고, 결국 스페어 타이어 부족으로 인해 규정상 경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경주차의 중량을 줄이고 선두를 추격하기 위해 선택한 스페어 타이어 전략이 타낙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 사이 SS10을 달린 누빌은 타낙이 겪은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듯 최고의 주행을 펼쳤다. 오지에보다 무려 40초 이상 빠른 기록을 내며 순위권 진입 가능성을 다시 살려냈다. 1~3위는 여전히 토요타팀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3위 로반페라와의 격차를 1.5초까지 좁힐 수 있었다. 5위에 머물고 있던 소르도는 타낙의 리타이어를 만회하고 제조사 부문 포인트 추가를 위해 더욱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제조사별로 2명의 포인트가 합산되는 규정상 소르도까지 리타이어 한다면 제조사 순위에서 매우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 주행을 마친 선수들은 포디움을 향한 승부를 끝내기 위해 일요일 일정이 진행되는 모나코까지 긴 여정에 올랐다. 일요일 일정이 진행되는 스테이지는 WRC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던 그룹B 시절에 사용됐던 코스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구성됐다. 때문에 현역 선수들에게는 생소한 코스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서비스파크와의 긴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타이어 교체를 제외한 정비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소르도는 안정적인 주행을 바탕으로 5위권을 유지하며 타낙의 빈자리를 채웠고, 소중한 제조사 포인트를 추가하는데 성공했다

누빌은 포디움 진입을 목표로 고삐를 바짝 쥐며 빠르게 질주를 이어나갔고, 결국 로반페라를 제치고 3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파워스테이지 추가 점수가 주어지는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도 4위에 오르며 2점의 추가 포인트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바뀐 규정으로 인해 이번 시즌부터는 파워스테이지의 추가 포인트가 제조사 점수에 합산이 된다. 즉, 누빌의 활약은 파워스테이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속에서 이뤄낸 값진 결과인 셈이다. 이로써 누빌은 코드라이버 빌데거와의 팀워크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소르도 역시 안정적인 주행을 바탕으로 5위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고, 파워스테이지에서 5위에 올라 추가 점수 1점을 보탰다.

누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격을 이어간 끝에 마지막 날 포디움에 올랐다. 코드라이버인 빌데거 역시 생애 첫 WRC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은 결국 토요타팀의 오지에가 차지했다. 오지에는 파워스테이지 1등까지 가져가면서 그야말로 완벽한 주행을 선보였다. 이로써 오지에는 통산 8번째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을 기록했다(역대 최다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자는 9승을 기록한 세바스티앙 로브).

올해 토요타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야리 마티 라트발라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 데뷔 첫 경기에서 원-투 피니시와 함께 파워스테이지 최고 점수인 9점(5점+4점)을 더하면서 52점(1위. 25점 + 2위. 18점 + PS1위. 5점 + PS2위. 4점)이라는 획득 가능한 최고 점수를 수확했다. 현대팀은 3위에 오른 누빌과 마지막까지 분전한 소르도의 노력 덕분에 30점을 얻었다.

2021 WRC 개막전에서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과 마틴 비데거가 3위를 기록하며 포디움에 올랐다.

누빌이 포디움에 오르기는 했지만 제조사 부문 3연승을 목표로 하는 현대팀에게 몬테카를로 랠리는 분명 아쉬운 출발이다. 지난 시즌 몬테카를로 랠리를 완벽하게 정복했던 현대팀이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 시즌 WRC는 아직 11개 라운드가 남아있다. 더군다나 새롭게 추가되는 생소한 코스가 많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챔피언 위치에 올라선 현대팀에게 분명 유리한 조건이다. 다음 랠리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소된 스웨덴 랠리 대신 처음으로 추가된 북극 랠리(Arctic Rally Finland)다.

북극 랠리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는 핀란드 로바니에미(Rovaniemi)를 중심으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기온이 영하 30도 미만으로 내려가는 극한의 추위를 자랑한다. 따라서 랠리카의 내구성과 성능이 혹한기에서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 WRC의 역전 드라마 주인공인 현대팀이 2021 WRC 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를 써나갈지 기대해 보도록 하자.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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