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6 현대 모터스포츠팀

현대 월드랠리팀, 시즌 첫 타막전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3위를 차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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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WRC 3라운드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현대 월드랠리팀 티에리 누빌이 3위에 올랐다. WRC 최초로 개최된 크로아티아의 좁고 험한 포장도로는 선수들에게 꽤 어려운 도전의 무대였다.

지난해 WRC는 케냐와 일본을 새로 받아들이면서 프랑스(코르시카) 랠리를 캘린더에서 떼어냈다. 그런데 펜데믹 사태로 많은 이벤트가 취소되는 과정에서 독일 랠리마저 취소되자 타막(아스팔트) 랠리의 씨가 말랐다. 다행히 급조된 최종전 몬자 덕분에 타막 랠리 하나 없이 시즌이 마감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올해도 프랑스와 독일이 없지만 크로아티아와 벨기에 랠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지난해 11월 계획되었다가 막판에 취소된 벨기에 이프르 랠리는 올해 8월 열린다.

14세기에 지어진 크로아티아의 성 앞을 주행하는 현대 i20 쿠페 WRC. 크로아티아 랠리는 1974년 시작했으며, 올해 처음 WRC에 진입했다

한편, 시즌 첫 타막전의 역할은 크로아티아 랠리가 맡았다. 스포츠 강국으로 알려진 발칸 반도의 크로아티아는 한때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일부였다. 2차 대전 종전 후 요시프 브로즈 티토 집권기에는 소련 연방으로부터 축출되어 독자 노선을 걷기도 했고, 1980년 티토 사망 후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하는 과정에서 피의 내전을 거치며 힘겹게 독립을 얻었다. 이제는 안정을 찾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크로아티아 랠리는 테크니컬과 고속 주행이 혼재된 코스가 매력적인 곳이다. 사진 : HMSG 유튜브 (https://youtu.be/dAr7oCUZFus)

수도 자그레브를 본거지로 하는 크로아티아 랠리는 유고슬라비아 시절이었던 1974년 시작됐다. 당시 명칭은 INA 델타 TLX 랠리. 이후 1986년 유럽 랠리 챔피언십(ERC)에 편입되었고, 2007년에는 ERC의 최고 레벨로 승격했다. 올해 WRC에 새롭게 진입함으로써 크로아티아는 WRC를 개최하는 34번째 국가가 되었다. 크로아티아 랠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무대로 테크니컬과 고속 주행이 혼재된 코스가 매력적이다.

현대 월드랠리팀은 처음 도전하는 크로아티아 랠리를 위해 만반의 준비 과정을 가졌다

개막전에서 다소 고전했던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제2전 북극 랠리에서 타낙이 우승하고 누빌이 3위로 더블 포디엄을 달성하면서 반격을 시작했다. 이번 크로아티아에서는 누빌과 타낙 외에 3번째 차에 크레이그 브린을 기용했다. 누빌은 시즌 개막 직전 코드라이버를 교체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새로 한 팀이 된 마틴 비데거는 프랑스어 발음을 교정하며 누빌과 빠르게 손발을 맞추어 나가고 있다. 브린은 2018년 8월 독일전 이후 오랜만에 참가한 타막 랠리다. 드라이버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누빌이 선두 칼리 로반페라에 4점 차 종합 2위, 타낙도 5위로 올라섰다. 이밖에 현대 C2 콤페티션에서는 피에르루이 루베가 출전했다.

현대팀은 종합 2위의 티에리 누빌을 비롯해 오트 타낙, 크레이그 브린을 출전시켰고, 유망주 드라이버 피에르루이 루베가 크로아티아 랠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토요타 월드랠리팀(이하 토요타팀) 역시 워크스 3명(세바스티앙 오지에, 엘핀 에반스, 칼리 로반페라)에 타카모토 가츠타를 더한 4인 체제다. 토요타팀의 야리스 랠리카는 프런트 펜더 부분에 새로운 공력 파츠를 투입해 셰이크다운에서 빠른 속도를 보였다. 북극 랠리에서 오지에가 리타이어한 대신 2위를 차지한 로반페라가 챔피언십 리더로 부상했다. 20살에 불과한 로반페라는 챔피언십 포인트 리더 최연소 기록도 경신했다. 한편 워크스 세력 마지막 조각인 M-스포트 포드 월드랠리팀(이하 포드팀)은 프랑스 출신의 신예 아드리안 포모를 승격시키는 한편, 거스 그린스미스의 코드라이버를 교체했다. 아울러 티무 수니넨은 WRC2로 잠시 내려보냈다.

크로아티아 랠리는 타막(포장도로) 중심의 코스로 이뤄졌으며, 좁은 숲길을 빠르게 달려야 하는 만큼 어려운 코스가 많았다

WRC 첫 개최인 이번 크로아티아 랠리는 20개 SS, 300.32km 구간에서 경기를 벌였다. 4월 22일 목요일엔 자그레브 외곽에 마련된 4.6km의 숲속 스테이지에서 셰이크다운이 펼쳐졌다. 대체로 폭이 좁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많으며, 군데군데 나뭇잎과 자갈이 굴러다녔다. 셰이크다운에서 가장 빠른 것은 토요타팀의 에반스였고, 누빌이 2위, 타낙은 4위를 기록했다.

랠리 대열은 목요일 저녁 자그레브 국립 대학 도서관 인근에서 세레머니 행사를 가진 후 23일 금요일 아침 일찍 자그레브 랠리 본부를 떠나 남서쪽으로 향했다. 금요일의 SS1~SS8은 사모보르스코 고르예와 줌베락 자연공원에 마련된 4개 스테이지를 2번 반복하는 99.82km 구성이었다. 크로아티아 랠리는 대체로 길이 좁고, 선수들 중 크로아티아 랠리 경험자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더군다나 피렐리가 새로 투입하는 타이어(P제로 RA 하드) 역시 아스팔트 노면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에 코스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2전까지 드라이버 종합 1위를 달리고 있었던 칼리 로반페라는 3전 크로아티아 랠리의 시작과 동시에 리타이어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6.94km의 단거리 오프닝 스테이지(SS1)에서 기온은 목요일과 비슷한 11~12℃였다. 로반페라가 스타트 5.4km 지점의 완만한 내리막 코너에서 길을 벗어나 추락했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지만 차가 대파되어 리타이어할 수밖에 없었다. 누빌이 SS1을 시작으로 SS2, SS4를 잡으며 종합 선두에 올랐고, 타낙은 SS5에서 승리를 거뒀다. 같은 코스를 반복해 달린 오후에는 오지에가 3개 스테이지를 잡아 에반스를 추월하며 2위에 올랐다. 오지에는 이날 스테이지 우승 기록 600회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99.82km를 주행한 첫날 티에리 누빌이 선두에 올랐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금요일 스테이지는 대부분 고속 코스로, 좁은 노폭을 벗어나거나 코너를 가로지르는 차들이 자갈을 흩뿌리면서 점점 더 까다로워졌다. 금요일 경기 결과 누빌이 선두, 오지에와 에반스가 8초 남짓 떨어져 2, 3위를 기록했다. 누빌은 앞 하드, 뒤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하는 전략으로 타막 코스를 공략했다. 반면 스페어타이어까지 전부 하드 타이어만 끼우고 경기를 시작했던 타낙은 누빌의 페이스를 쫓지 못했다. 서비스 파크에서 세팅을 손본 후 SS5에서는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지만, 누빌에 31.9초 뒤진 4위로 첫날을 마쳤다. 타막에 적응 중인 브린은 타낙에 23초 뒤진 5위를 기록했다. 포드팀에서는 신예 아드리안 포모가 6위로 가장 빨랐다.

둘째 날에는 좁고 가파른 코너가 연속되는 코스가 포함되는 등 더욱 험난한 랠리가 펼쳐졌다. 사진 : HMSG 유튜브 (https://youtu.be/dAr7oCUZFus)

24일 토요일은 전날 인근 지역에서 4개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달렸다. SS9~SS16의 8개 스테이지 합계 거리는 121.92km로, 경기 3일 가운데 가장 길었다. 특히 20.77km의 SS10은 ‘1,000개의 코너’라고 불릴 만큼 좁은 코너가 연속되는 구간으로, 코드라이버가 알려주는 페이스 노트와 싱크를 맞추기 어렵기로 악명이 자자했다. 둘째 날은 토요타팀이 기세를 올렸다. 오지에와 가츠타, 에반스가 오전 4개 스테이지를 나누어 가졌다. 반면 누빌은 20km가 넘는 오전 장거리 스테이지 2개(SS9, 10)에서 오지에와 에반스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첫째 날 추가적인 접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뒤에 다른 타이어를 선택했던 누빌은 토요일 오전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기온이 오르면서 그립 밸런스가 무너져 원하던 대로 깔끔한 주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랠리의 둘째 날 결과는 토요타팀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누빌은 2개 스테이지를 가장 빨리 주행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황은 하드 타이어 4개를 끼우고 시작한 토요타팀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오후를 시작하는 SS13에서 선두 오지에가 골인 지점까지 약 2km를 앞두고 타이어 손상으로 10초가량 손해를 보았다. 반면 오후 세션에서 앞뒤 하드 타이어 전략으로 바꾼 누빌은 SS13과 SS15를 가장 빨리 주행하며 추격의 고삐를 죄었다. 선두 오지에와는 10.4초, 2위 에반스와는 약 4초까지 거리를 좁혔다. 현대팀 타낙은 여전히 4위로 누빌로부터 27.4초 떨어져 있었다.

포드팀의 아드리안 포모는 타낙에 51.7초 뒤진 5위. WRC 데뷔전임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페이스다. 현대팀의 브린은 오프닝 스테이지 시작과 동시에 도로 연석에 부딪히며 타이어 펑크로 2분 가까이 시간을 잃고 9위까지 떨어졌다. 스페어타이어를 하나밖에 싣지 않아 과감히 밀어붙일 수 없었지만, 브린은 한 계단 만회한 8위로 토요일을 마감했다. 7위 가츠타와는 1분 이상 멀어진 상태다.

둘째 날까지 선두를 달리던 오지에는 마지막 날 경기 시작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 조수석 문짝이 부서지는 큰 사고였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25일 일요일, 최후의 승부는 자그레브에서 북쪽에 위치한 2개 스테이지를 반복해 달리는 SS17~SS20 / 77.06km 구간에서 펼쳐졌다. 오프닝 스테이지(SS17)는 25.2km로 이번 크로아티아 랠리 가운데 가장 길다. SS17을 잡은 것은 에반스였다. 누빌이 1.4초, 오지에가 2.7초 차이로 뒤를 따랐다. SS18을 마친 뒤에는 에반스가 오지에를 제쳐 선두로 올라섰고, 누빌은 에반스를 8.4초 차이로 따라붙었다. 오지에는 일요일 경기를 위해 SS17로 이동하던 중 공도에서 옆 차와의 충돌로 차체 우측이 부서지는 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이날은 서비스 시간이 없기 때문에 테이프로 응급처치만 하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차 안으로 들이치는 바람을 감내하며 달리는 등 공기역학적으로 많은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드라이버 순위가 뒤바뀌는 가운데, 누빌은 추격의 고삐를 죄며 반등의 기회를 노렸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주유를 마친 랠리카들이 오프닝 스테이지로 되돌아가 SS19를 시작했다. 마지막 추격 의지를 불태운 누빌이 13분 59초로 가장 빨랐지만, 추격자들을 각각 0.4초와 1.5초 차이로 따돌리는 데 그쳤다. 이제 선두 에반스와는 8초, 오지에와는 4.1초 차이다. 남은 것은 최종 스테이지이자 파워 스테이지를 겸하는 SS20로, SS18을 다시 달리는 14.09km 구간이다.

누빌은 선두 오지에보다 8.1초 뒤지며 크로아티아 랠리를 3위로 마무리했다. 사진 : HMSG 유튜브 (https://youtu.be/dAr7oCUZFus)

7회 챔피언의 저력을 살린 오지에가 끝내 파워 스테이지를 잡으며 팀 동료 에반스를 0.6초 차로 누르고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누빌은 오지에보다 8.1초로 아깝게 마무리하며 3위로 시상대에 올랐다. 현대팀 타낙은 4위, 포드팀의 희망으로 떠오른 신예 아드리안 포모는 WRC 데뷔전에서 5위에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브린은 종합 8위에 그쳤지만, 파워 스테이지 2위로 추가 4점을 챙겼다.

참고로 오지에가 에반스를 0.6초 차로 따돌리고 우승한 이번 크로아티아 랠리 경기 결과는, 역대 WRC 경기 중 미세한 차이로 1위의 행방이 가려진 드라마틱한 승리의 3번째 자리에 올랐다. 2011년 요르단 랠리에서 오지에가 야리 마티 라트발라를 0.2초 차로 앞서며 우승한 것이 가장 미세한 차이의 결과였다. 누빌도 간발의 차로 극적인 우승을 거둔 바 있다. 2017 아르헨티나 랠리와 2018 이탈리아 랠리에서 0.7초 차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머쥔 누빌의 경기는 역대 WRC의 초접전 경기 4위에 올랐다.

현대팀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포르투갈 랠리에서 시즌 종합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지에는 크로아티아 랠리 우승 25점에 파워 스테이지 5점을 더해 드라이버 종합 포인트에서 61점으로 선두에 올랐다. 누빌은 3위(18점)에 파워 스테이지 3점을 추가해 53점을 쌓으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에반스와 타낙이 각각 3, 4위로 한 계단씩 올라선 반면, 리타이어하며 득점에 실패한 로반페라는 5위로 밀려났다. 팀 순위 부문에서는 크로아티아 랠리를 원투 피니시로 끝마친 토요타팀이 138점으로 앞서나갔고, 현대팀이 111점으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에서의 첫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WRC는 오는 5월 20~23일 포르투갈 북부 항구이자 제2의 도시인 포르투에서 4전을 치를 예정이다. 여름의 문턱에서 맞이하는 시즌 첫 그래블(비포장도로) 랠리다. 현대팀은 한층 격렬해질 챔피언십 쟁탈전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글 솜씨 없음을 한탄하면서도 미련을 놓지 못한 것이 벌써 27년이다. <카비전>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자동차생활>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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