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6 현대자동차

아반떼 N, 한층 성숙한 N의 매력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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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N은 강력한 성능과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서 일상용 세단의 편안함도 충실하게 품은 고성능 모델이다. N 모델 중 가장 어려운 과제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차가 바로 아반떼 N이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N 브랜드라는 이름 아래 처음으로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 N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18년 6월이다. 그로부터 약 3년이 흐른 뒤 지난 4월에는 코나 N이 등장했고, 이어서 7월에는 아반떼 N이 글로벌 공개와 함께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N 모델은 세 가지지만, 글로벌 모델을 더하면 지금까지 나온 N 모델은 모두 여섯 가지에 이른다.

현대차는 N 브랜드를 출범하기에 앞서 모터스포츠에 직접 참가하며 고성능 차량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2014년에는 WRC에 복귀했고, 2017년 10월에는 양산차 기반의 투어링카로 레이스를 펼치는 TCR 참가도 선언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터스포츠에서 담금질한 기술은 양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 현대차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고성능 브랜드인 N을 출범하며 고성능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까지 마련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집약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최신 모델인 아반떼 N에 상당 부분 반영됐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아반떼 N은 독특한 존재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대중차 브랜드의 고성능 4도어 세단이 흔치 않다. 비슷한 성격의 차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프리미엄 브랜드의 엠블럼을 달고 있거나, 아반떼 급에서는 세단이 아니라 해치백인 경우가 많다.

아반떼 N과 비슷한 개념의 모델을 찾아보면 1990년대 일본 브랜드들이 WRC 출전을 위해 인증용으로 개발한 차들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차들과도 다른 점이 존재한다. 바로 구동 방식이다. 과거 WRC는 연간 판매량 기준을 충족하는 양산차 기반의 경주차로만 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증용 모델이 필요했고, 이로 인해 당시 일본 브랜드들의 고성능 차는 대부분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갖추고 있었다. 시대와 관계없이 아반떼 N과 같은 앞바퀴굴림 고성능 세단은 희귀한 존재라는 이야기다. 세단의 인기가 점점 사그라지고 있는 요즘 시장 분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N 모델의 지난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아반떼 N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심장은 N 모델의 시작부터 이어져 온 2.0L T-GDi 엔진의 발전형이지만, 그 심장을 떠받치는 뼈대가 현대자동차그룹의 3세대 플랫폼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최신 플랫폼 위에 모터스포츠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노하우를 반영한 결과물은 어떤 느낌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고성능 준중형 4도어 세단이 갖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일까? 마침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 N 서킷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잠시 아반떼 N의 실내외를 살펴볼 수 있었다. 외모는 일반 아반떼와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과감하게 치장했다. 아반떼 N만을 위한 여러 디자인 요소들은 일반 아반떼보다 시각적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실내 역시 N 모델임을 알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시승차에 달린 헤드레스트 일체형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는 스웨이드 소재와 함께 ‘제대로 운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행사는 총 세 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차의 기본적 주행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웜업 세션을 시작으로,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 감각을 느껴볼 수 있는 로드 투어 세션에 이어 성능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두 차례의 서킷 드라이브 세션이 있었다. 다섯 명의 참가자가 한 조를 이뤄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세션에 참여하면서 아반떼 N의 이모저모를 고루 살펴보는 일정이다.

웜업 세션에서는 슬라럼과 론치 컨트롤, 타깃 제동 등을 체험했다. 슬라럼에서 스티어링 휠을 연속해서 좌우로 돌리는 동안,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한 초기 반응에 이어 고르게 조작을 반영하는 차체 앞쪽 움직임과 적당하게 유지되는 파워 스티어링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스포티하면서도 다루기 부담스럽지 않게 조율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론치 컨트롤과 타깃 제동에서도 그런 느낌은 이어졌다. 론치 컨트롤은 주행 안정 시스템을 제어해 엔진 토크를 온전히 가속력으로 바꿨고, 이어지는 급제동 때에는 지름이 큰 앞브레이크 디스크와 마찰력을 키운 브레이크 패드가 강하고 확실하게 속도를 줄였다.

이들 기능과 장치는 충분히 뛰어나면서도 자극적인 느낌은 적었다. 가속하고 감속할 때 차체 앞이 들리고 가라앉는 정도가 작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운전자의 조작에 차가 정확하게 반응하고, 운전자는 그에 맞춰 차의 움직임을 느끼고 조절할 수 있다. 아반떼 N이 스포티한 차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음을 알려준 셈이다.

웜업 세션을 끝낸 참가자들은 인스트럭터가 모는 차를 따라 일렬로 인제스피디움 인근 도로로 나섰다. 오르막과 내리막, 크고 작은 반경의 코너가 이어진 일반 도로는 아반떼 N을 일상적인 조건에서 몰 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이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행 모드를 반환점까지는 노멀로, 반환점 이후에는 N 모드로 설정하고 달리면서 모드별 특성 차이도 비교해 봤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탄력 있는 승차감이다. 앞서 웜업 세션에서도 경험했듯, 서스펜션은 위아래 방향의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냥 단단하지만은 않았다. 과속방지턱과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을 받아들이고 풀어내는 순간에는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도 나타난다. 움직임을 억지로 조여 놓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주행 모드를 N 모드로 전환하면 주행과 관련된 모든 기능들이 더 예민해지고, 힘찬 느낌이 강조된다. 과장된 후연소 사운드나 살짝 거칠어지는 변속감은 아반떼 N과 같은 고성능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언제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인상적인 건, 이처럼 승차감과 핸들링이 탄탄해진 상태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적당히 유지한다는 점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 브랜드들의 핫 해치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세련미를 국산 4도어 세단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 정도라면 트랙 주행 때가 아니라 일상 주행에서 스포츠 모드나 N 모드로 달려도 불편함이 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제스피디움으로 복귀해서는 헬멧을 쓰고, 타이어 공기압 점검과 조정을 한 다음 서킷 드라이브를 했다. 20분간의 첫 서킷 드라이브에서는 트랙의 감을 익혔고, 이어지는 20분간의 두 번째 서킷 드라이브에서는 차의 성능을 한껏 발휘해 볼 수 있었다.

트랙에 들어서서 페이스를 높여보니, 앞서 경험한 세션들보다 엔진의 능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플랫 파워 기술이 적용된 N 전용 2.0L 터보 엔진은 회전 한계보다 조금 낮은 5,500rpm부터 최고출력에 가까운 수치를 고르게 뿜어냈다. 이는 고회전 영역의 토크를 끌어올린 결과다. 고회전에서도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토크는 최대치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더 넓혀줬다.

여기에 NGS(N 그린 시프트) 기능을 활성화하니 가속의 짜릿함이 더 강렬해졌다. NGS는 한계에 가까운 엔진 회전 영역에서 20초 동안 토크를 높여줄 뿐 아니라 숨어 있던 10마력의 출력을 끌어내는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에 있는 NGS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활성화되며, 엔진 회전 한계에 이르러 다음 단으로 변속할 때까지 이어지는 힘찬 가속감으로 파워트레인의 뛰어난 성능을 실감하게 만든다.

트랙을 달리는 동안, 선도차의 인스트럭터는 인제스피디움 메인 스트레이트에 들어설 때 무전으로 NGS 기능을 써 보라고 권했다. 긴 직선 구간에서는 스티어링 조작에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가속에만 집중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NGS 기능을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극적이라고 할 만큼 크지 않다. 하지만 회전 한계에서 변속한 뒤에도 강한 가속감을 이어가기 때문에, 통쾌한 느낌과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아반떼 N의 NGS 기능은 한 번 쓴 뒤에 40초가 지나야 다시 쓸 수 있다. 이는 재사용이 가능해질 때까지 3분을 기다려야 했던 벨로스터 N보다 같은 기능을 더 자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아반떼 N으로 한 바퀴 도는 데 2분 남짓한 시간이 걸리는 인제스피디움에서는 이 기능을 쓸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셈이다.

트랙을 달리는 재미를 더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장치는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전자식 차동제한 장치)이다. 코너를 가속하며 빠져나갈 때 언더스티어가 생기며 둔해질 수 있는 스티어링 감각이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덕분에 날카로움을 유지한다. 인제스피디움 트랙에서는 가속하며 커브를 빠져나가 오르막으로 향하는 6번과 17번 코너에서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기본 출고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의 뛰어난 접지력과 세련미가 넘치는 서스펜션, 작동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정확하게 속도를 줄이는 브레이크, 스티어링에 손맛을 더하는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등이 한데 어우러져 엔진 힘을 마음껏 활용하며 트랙을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벨로스터 N보다 강한 엔진과 경량화된 3세대 플랫폼의 조화 역시 만족스러운 체감 성능에 큰 몫을 차지한다.

고속 코너에서 자칫 가속 페달이나 운전대를 거칠게 조작하면 뒷바퀴가 바깥쪽으로 흐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상태라면 리어 스포일러가 뒷바퀴의 접지력이 떨어지는 것을 억제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흔히 기능보다는 스타일 관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아반떼 N에서는 뒷바퀴의 접지력 확보라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자동차 마니아들은 주행 관련 전자장비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많이 갖춘 차들을 두고 종종 ‘운전자가 운전을 잘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적어도 아반떼 N은 운전자를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차가 아니다. 각종 장비가 운전자와 꾸준히 호흡하며, 운전자의 감각과 차의 능력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운전자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두 차례의 서킷 드라이브가 끝나고 아반떼 N과 작별할 시간이 되었다. 인제스피디움에서 스포츠 주행을 하고 난 뒤에는 차를 몰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충분히 쉬어야 할 만큼 지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반떼 N을 시승한 뒤에는 녹초가 될 만큼 지치지 않았다. 덕분에 오랜 시간 쉬지 않고 귀갓길에 오를 수 있었다.

‘왜 이 시점에 준중형 4도어 세단으로 고성능 모델을 만들었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귀갓길에 오른 순간에 있었다. 아반떼 N의 바탕이 된 아반떼는 세단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승용차 시장에서 폭넓은 고객층을 끌어안는 포용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반떼 N은 한발 더 나아가 세단 고유의 안정감과 안락함에 스포티함과 여유로운 힘을 더함으로써 아반떼 그리고 준중형 세단의 포용력을 고성능 영역으로 넓혔다.

게다가 새 플랫폼과 더불어 주행 성능에 있어서는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강력한 성능과 스포티한 주행 특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즐길 수 있지만 일상용 세단으로서의 편안함도 충실하게 녹여냈다. 지금까지 나온 N 모델들 중 가장 어려운 과제를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낸 차가 아반떼 N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승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진행요원들은 참가자들의 성취도를 기록해 채점했다. 긴급 제동, 슬라럼, 서킷 주행에 참여하며 기록한 점수는 행사가 끝난 뒤 합산해 조별 참가자들의 순위를 매기는 데 쓰였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행사장을 나설 때, 모니터에 표시된 채점표를 보여주며 조 1위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며 진행요원이 건네는 작은 기념품도 받았다. 재미있는 차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행사의 마지막 인사로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아반떼 N은 3세대 플랫폼을 쓴 첫 N 모델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고성능 준중형 세단’이라는 흔치 않은 장르의 피날레를 장식할 역사적인 모델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동력계로 달리는 신세대 N 모델을 기대할 차례다. 현대자동차의 또 다른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1996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전문 글쟁이.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전문 필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카북>(공역), < F1 디자인 사이언스 >를 번역했으며 그의 글을 묶은 매거진 총서로 <알기 쉬운 자동차 용어풀이>, <발가벗긴 자동차>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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