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3 현대 모터스포츠팀

현대 월드랠리팀, WRC 최초의 북극 랠리를 완벽하게 제패하다

현대 모터스포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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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 WRC 최초로 북극권에서 열리는 대회이자 시즌 중 유일하게 완전한 설원 위를 달리는 2021 WRC 2차전, 핀란드 북극 랠리에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2020년 말, 스웨덴 당국과 WRC 프로모터는 지속해서 증가 중인 자국의 코로나19 감염 사태와 관련해 2021 WRC 시즌 개막을 한 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돌연 스웨덴 랠리의 취소를 발표했다. 스웨덴 랠리는 WRC 일정 중 유일하게 눈과 빙판 위에서 달리는 풀-스노 랠리다. WRC 프로모터는 이를 대체하고자 얼음으로 뒤덮인 다른 지역을 찾아 눈길을 돌렸고, 그 결과 핀란드 북극 랠리가 WRC 일정에 최초로 포함됐다. 이는 북극권(Arctic Circle)에서 열리는 최초의 WRC 대회이기도 하다.

시즌 2라운드 북극 랠리는 북극권에서 남쪽으로 약 6km 떨어진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에서 개최됐다

북극 랠리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900km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로바니에미(Rovaniemi)를 기점으로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개최됐다. 로바니에미는 산타클로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한데, 전 세계 아동들이 ‘수신: 산타클로스’라고 편지를 보내면 로바니에미로 향한다(물론 답장도 보내준다고 한다.)

북극 랠리는 눈과 빙판길을 주행하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어둠을 뚫고 달려야 한다는 난관이 더해졌다(SS8을 주행 중인 티에리 누빌 경주차의 온보드캠 영상)

북극권에 위치한 로바니에미는 긴 겨울과 섭씨 0℃에 가까운 추운 날씨 탓에 랠리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랠리카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과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북극 랠리는 작년까지 진행된 스웨덴 랠리와 마찬가지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설원 위를 달리는 올 시즌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여기에 북극 랠리는 4시간 가량에 불과한 짧은 일조 시간으로 인해 어둠과도 싸워야 한다.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지난 시즌까지 스웨덴 랠리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2020 WRC 스웨덴 랠리에서는 오트 타낙이 준우승을 거뒀으며, 2018 WRC 스웨덴 랠리에서는 티에리 누빌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스웨덴 랠리는 눈길로 구성된 코스 답게 전통적으로 북유럽 출신 드라이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현대팀이 스웨덴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또 다른 이유는 혹한에서 강력한 성능을 유지하는 i20 쿠페 WRC 랠리카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종합적인 사실 때문에 이번 북극 랠리에서도 현대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북극 랠리는 말 그대로 새하얀 설원 위를 달린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하지만 현대팀은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다소 힘든 경기를 펼쳤다. 따라서 이번 북극 랠리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팀은 북극 랠리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오트 타낙과 티에리 누빌, 크레이그 브린을 출전시켰다. 오트 타낙과 티에리 누빌은 북극 랠리와 비슷한 환경인 스웨덴 랠리에서 우승을 경험한 바 있으며, 크레이그 브린 또한 2018 시즌 스웨덴 랠리에서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세 선수 모두 설원 위에서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북극 랠리는 몬테카를로 랠리와 다르게 모든 코스가 눈과 빙판으로 이루어져 있어, 참가하는 모든 경주차는 스터드가 박힌 타이어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현지 시간 2월 26일 금요일 오전, 세 번의 짧은 셰이크다운을 마치고 본격적인 북극 랠리의 막이 올랐다. 지난 1월 열린 몬테카를로 랠리의 경우, 눈길과 포장도로가 혼재했던 코스 구성으로 각 팀별 타이어 전략이 승부의 변수로 작용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북극 랠리는 눈과 빙판 위를 주행하기 때문에 모든 참가 팀과 경주차는 동일한 ‘스터드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달렸다. 이 말은 곧 타이어 등의 다른 요인보다는 경주차 자체의 성능이 승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트 타낙은 눈과 얼음 위를 달리는 악조건에 어둠이라는 변수가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북극 랠리를 가장 빠르게 달렸다

금요일 오후 시작된 2021 WRC 북극 랠리의 주인공은 단연 오트 타낙이었다. 31.05km의 스테이지를 두 번 주행했는데, 짧은 일조 시간으로 인해 두 번째 주행에서는 어둠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낙은 두 번의 스테이지 주행에서 각각 4초, 10초씩 격차를 벌리며 일찌감치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그 뒤를 추격하는 선수는 팀 동료 크레이그 브린이었다.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앞서 출발해야 했던 누빌은 눈길을 헤치면서 주행했던 핸디캡 탓인지 선두 타낙에 약 30초 뒤진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초반부터 세 선수가 1, 2, 4위에 자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극 랠리에서 i20 쿠페 WRC의 성능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토요일 일정은 이번 북극 랠리에서 60% 가까운 주행거리가 배정된 만큼 승부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일정이었다. 토요일 첫 스테이지인 SS3에서도 타낙은 압도적인 주행을 이어가며 연속해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워 나갔다. 누빌은 인터컴의 문제로 코드라이버와의 소통이 썩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특유의 감각적인 주행으로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고 있었다. 이어지는 SS4에서 토요타팀이 분전하며 스테이지 1~3위를 가져갔지만, 이미 격차가 넉넉하게 벌어진 타낙을 쫓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타낙은 북극 랠리 중반부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치며 일찌감치 승부를 굳혔다

타낙은 이어지는 SS5와 SS6에서도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하며, 무려 6개의 스테이지 중 5개의 스테이지를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2위 토요타팀 로반페라와의 격차는 무려 25초까지 벌어졌다. 대회 중반부를 넘어선 시점에서 사실상 북극 랠리 승부는 굳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누빌도 호쾌한 주행을 바탕으로 팀 동료 브린을 제치며 3위에 올라, 2위 로반페라를 점차 압박하기 시작했다. 남은 토요일 일정도 유사한 양상으로 이어진 끝에 타낙이 안정적으로 1위를 지켰다. 그 사이 누빌은 2위와의 격차를 1.8초까지 좁히는데 성공하며 흥미진진한 일요일 일정을 예고했다.

시즌 선두를 달리던 토요타팀의 오지에가 사고에 휘말리며 북극 랠리 뿐만 아니라 2021 시즌 전체의 향방이 바뀌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한편, 토요일 일정이 끝나갈 때 즈음, 2020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인 토요타팀의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불운의 사고에 휘말리고 말았다.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역주 중이던 오지에는 토요일 마지막 스테이지 SS8의 종료를 불과 200m 앞두고 좌측 커브에서 미끄러지며 그대로 눈더미에 파묻히고 말았다. 오지에는 탈출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포인트 획득 기준인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최대 포인트를 따내며 기분 좋게 2021 WRC 시즌을 출발한 오지에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사고였을 테지만, 이로 인해 드라이버 챔피언십 경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눈과 얼음 위를 달려야 하는 북극 랠리는 여러 조건이 어우러져 경주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이틀째 일정까지 소화한 북극 랠리는 전반적으로 완만한 코너들로 구성돼 있었다. 또한, 경주차들이 눈길을 헤치며 형성한 갓길의 눈더미가 어느 정도 가드레일 역할도 해줬다. 그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코스 폭이 좁고 눈으로 덮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낙을 비롯한 선수들 모두 엄청난 속도로 코스를 공략해 나갔다. 이로 인해 설원 위를 달려야 하는 북극 랠리는 아이러니하게도 2021 WRC 랠리 중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브린의 경주차에 작은 문제가 생겼지만 현대팀원들의 하나된 움직임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이번 북극 랠리 마지막 일정을 앞두고 또 하나의 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토요일 저녁 현대팀 크레이그 브린의 경주차에서 오일이 조금씩 새는 모습이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규정상 정비를 할 수 없는 시간이었고, 수리가 가능한 시간은 다음날 오전에 주어진 15분이 전부였다. 추운 기온으로 평소보다 작업에 어려운 조건이었음에도 팀원들은 하나가 된 듯한 움직임으로 15분만에 기어박스 탈장착을 마쳤고, 크레이그 브린은 정상적으로 출발 지점까지 운행할 수 있었다. 랠리는 팀원 모두가 함께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티에리 누빌은 2위 획득을 위해 북극 랠리 코스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공략했다

마지막 일요일 일정은 단 두 개의 스테이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약 24초 이상의 차이로 마지막 일정을 시작하는 타낙은 무리할 필요없이 안정적인 주행만 이어간다면 어렵지 않게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연스럽게 북극 랠리의 관건은 누빌의 2위 탈환으로 이어졌다. SS9에서 누빌과 로반페라의 승부는 사실상 무승부였다. 다만 로반페라가 0.1초 빠른 기록을 남기며 누빌의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WRC 제조사 부문 3연패에 이어 최초로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타이틀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팀은 누빌의 완주가 2위 탈환 못지않게 중요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스테이지, SS10은 파워 스테이지 추가 포인트까지 걸려있었다. 로반페라보다 앞서 출발한 누빌은 1.9초의 격차를 뒤집으려는 의지가 엿보일 만큼 모든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며 후회없이 주행하는 듯했다. 뒤 이어 출발한 로반페라는 한 때 중간 스플릿 타임 기준으로 누빌과의 격차가 0.8초까지 좁혀지기도 했으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후반부 완벽한 주행을 선보이며 파워스테이지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써 북극 랠리 2위와 함께 파워 스테이지 추가 포인트 5점까지 획득한 로반페라는 WRC 역대 최연소 시즌 종합 선두 자리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초반부터 승기를 잡은 타낙은 북극 랠리를 정복하며 초대 우승자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가장 마지막으로 출발한 타낙은 큰 모험 없이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나가며 무난하게 북극 랠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로써 현대팀은 2021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면서 몬테카를로 랠리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또한 WRC에 처음으로 포함된 북극 랠리에서 현대팀과 타낙은 초대 우승팀과 우승자라는 값진 기록도 남길 수 있었다. 누빌은 아쉽게 2위 탈환에 실패했지만, 3위에 오르며 현대팀에게 더블 포디움을 선사했다. 이번 타낙의 우승으로 현대팀은 WRC 통산 18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동시에 18번째 더블 포디움까지 기록했다. 현대팀의 또 다른 드라이버인 크레이그 브린은 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현대팀은 북극 랠리에서 1, 3, 4위를 휩쓰는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i20 쿠페 WRC 랠리카는 극한의 추위와 눈길 위에서 다시 한번 발군의 성능을 보여줬다.

우승을 차지한 선수와 팀이 속한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는 규정에 따라 북극 랠리 시상식 현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사진 : WRC (https://www.wrc.com)

현대팀은 타낙의 우승과 더블 포디움에 힘입어 제조사 종합 포인트 47점을 더하며 1위 토요타와의 격차를 기존 22점에서 11점으로 좁혔다. 드라이버 부문에서도 각각 우승과 3위를 차지하며 27점과 18점을 획득한 타낙과 누빌은 종합 순위를 5위와 2위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누빌은 몬테카를로 랠리에 이어 두 경기 연속으로 포디움에 오르며 드라이버 챔피언십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제 1위 로반페라와의 점수 차이는 불과 4점에 불과하다.

i20 쿠페 WRC 랠리카를 타고 북극 랠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19살의 신예 올리버 솔버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번 북극 랠리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결과는 바로 신예, 올리버 솔버그의 깜짝 역주라고 할 수 있다. 2003 시즌 WRC 챔피언 피터 솔버그의 아들이기도 한 올리버 솔버그는 이번 북극 랠리에서 2001년생 만 19살의 나이에 i20 쿠페 WRC 랠리카에 올라 WRC 최상위 클래스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전혀 주눅드는 모습 없이 스테이지마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당찬 주행을 이어간 끝에 종합 7위로 생애 첫 WRC 포인트를 따내는데 성공했다(마지막 파워스테이지, 마지막 코너에서 스핀만 하지 않았다면 6위까지도 문제 없었을 것이다). 전 세계 랠리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솔버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다가오는 다음 일정 역시 최초로 WRC 일정에 포함된 크로아티아 랠리다. 크로아티아는 지난 시즌 에스토니아에 이어 WRC를 개최한 34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상대적으로 모터스포츠 경력이 경쟁 팀보다 짧다고 할 수 있는 현대팀은 유독 새로 추가된 랠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행스럽게도 올 시즌은 크로아티아 뿐만이 아니라 벨기에, 케냐(사파리), 일본 등 처음으로 추가되거나 오랜만에 WRC 일정에 포함된 랠리가 대거 포진됐다. 이처럼 올 시즌 일정이 현대팀에게 다소 유리하게 짜여진 만큼, 현대팀이 드라이버 및 제조사 부문 챔피언 동시 달성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경기인 크로아티아 랠리에서 현대팀이 또 다시 승전보를 울리며 목표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 우리 모두 지켜보도록 하자.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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