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용자 경험의 시대다. 과거에는 제품과 서비스가 기능 중심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철저히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 친절하고 기능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각종 산업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과연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 G80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까? 김효린 현대자동차그룹 제품UX총괄실장을 만나, 제네시스 브랜드와 G80가 제안하는 사용자 경험 전략을 살펴보았다.
Q. 최근 UX(사용자 경험)는 IT 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자동차 UX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UX라는 개념이 도입되는 시기에는 IT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먼저 활성화되어 사용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사용성뿐만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도 UX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날 자동차는 단순히 운송수단의 역할을 넘어 삶에 가치를 더하는 ‘생활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UX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HMI(Human Machine Interaction, 사람과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에 집중해 차를 운전하고 제어하는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운전자와 동승자, 자동차의 실내와 외부에서의 상호작용까지 모두 UX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습니다.
Q. 현대자동차그룹 제품UX총괄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UX실에서는 UX의 영역을 크게 4가지 측면인 스페이스(Space, 탑승자가 활동하는 환경 구성), 콕핏(Cockpit, 디스플레이의 구성과 스위치 레이아웃 및 조작방식),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차량 내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환경), 컨비니언스(Convenience, 운전자의 탑승부터 하차까지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편의)로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앞좌석과 뒷좌석은 각각 어떤 공간으로서 가치를 두고 있는지, 운전석에 앉아서는 자동차와 사용자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사용자가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다른 곳에 있을 때 어떤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지 등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만 추구하다 보면 기본 가치를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업계와 달리 자동차 UX는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조작법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능은 간결하게 구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자동차 UX의 기본 원칙은 안전성, 직관성, 간결성입니다. 멋있는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용하지만 안전을 보장하고, 사용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UX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합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G80가 추구하는 UX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요?
제네시스는 차별화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차를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사용자의 모든 터치 영역과 시각적인 부분에서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G80가 추구하는 UX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같은 기능이나 사양이라도 사용자를 배려하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G80의 운전석에 앉아서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페시아, 중앙 콘솔 부분을 살펴보면, 스위치 배치나 구조, 손이 닿는 곳의 거리까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시험해 사용자가 가장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이처럼 사용자 친화적인 UX가 적용된 G80는 마치 정중한 컨시어지(Concierge,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와 같이 고객을 배려하며, 고객이 차량 내 기능들을 사용법에 대한 고민없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G80의 UX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요소는 무엇인가요? 또, 개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시도나 사례가 있었나요?
UX는 고객을 대변하여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G80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여백의 미’를 강조한 수평적인 레이아웃과 심플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제공합니다. UX는 G80의 디자인 방향성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엔지니어링의 기준을 맞추고,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G80의 공조 컨트롤입니다. 단순히 ‘심플함’을 이상으로 무수한 프로토타입 테스트와 사용자 검증 과정을 거쳐 ‘극도의 심플함’을 추구했습니다.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공조 컨트롤은 심플한 이미지를 연출하지만, 물리 버튼이 줄어드는 만큼 사용하기에 불편한 경우가 생깁니다. 더욱이 운전을 하면서 조작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용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조작 빈도가 높은 풍량, 온도, 오토(AUTO)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유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 및 공기청정기 동작 상태는 상시 표시함으로써 세련된 이미지와 편리한 사용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Q. G80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UX 사례는 무엇인가요?
G80 고객을 대상으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끊임없이 해결책을 고민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차량 주변 상황을 확인하는 기능과 발레 모드입니다. 고객 분석 결과, 고급차 사용자는 내 차가 안전하게 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과 차량 보호에 대한 니즈가 매우 컸습니다. CCTV가 없는 야외 주차장에 주차할 경우 누군가 내 차를 긁고 지나가지는 않을지, 또 발레 주차를 맡길 경우 개인 정보 노출 문제와 차량 위치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자가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운전자 개인 정보 노출을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량 주변 스마트폰 확인 기능은 운전자가 차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발레 모드는 최근 목적지, 연락처 등을 숨겨 타인이 운전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G80의 운전자는 스마트폰으로 현재 차량 위치 및 시동 종료 시각, 최고 속도, 운행 거리 등 다양한 운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스티어링 휠의 버튼과 전자식 변속 다이얼(SBW)은 운전자가 직접 보고 만지는 중요한 콕핏 요소입니다. 해당 부위에 적용된 UX는 무엇인가요?
G80에 새롭게 적용한 대표적인 조작 시스템은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간결화된 스티어링 휠 버튼입니다. 변속기 제어는 안전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어 주행 중 다양한 조건에서도 안전하고 쉽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습니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은 운전자가 다이얼을 보지 않고도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손으로 느껴지는 반응과 귀를 통해 들리는 알림음, 조작 방향 등에 대해 실제 프로토타입 차량에서 무수한 테스트와 검증을 거쳤습니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 또한 간결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원터치로 조작이 가능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버튼입니다. 이전 G80는 SCC를 작동하기 위해서 2번의 조작이 필요했지만, 신형 G80는 단 한 번의 조작으로 SCC가 활성화되고 동시에 주행 속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조작 과정을 줄여 보다 편리한 조작 방식을 제공했습니다.
Q. 후석 경험 또한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G80에 적용된 후석 탑승자를 위한 UX 사례는 무엇인가요?
G80의 후석은 아이부터 법인 고객, VIP까지 탑승자가 다양해 폭넓은 사용자 배려가 필요합니다. G80는 후석에서 독립적으로 공조 조절이 가능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고, 전석에서도 후석의 공조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후석의 온도, 시트 열선, 시트 통풍 등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후석의 디스플레이 및 사운드 출력을 독립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후석 승객은 각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윈도 커튼과 시트 리클라이닝은 편안한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탑승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줍니다.
Q.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 산업의 급진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미래의 자동차 UX는 어떻게 발전할까요?
자율주행, 인공지능, 전동화로 대표되는 미래 신기술은 자동차를 사용하는 고객의 니즈를 새롭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운전자와 탑승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차량 실내는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닌 업무부터 휴식까지 누릴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 변화에 걸맞은 제어 방식과 디스플레이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또한 사용자의 직접적인 기능 조작 빈도가 낮아짐에 따라, 음성을 포함해 간단하면서도 심리스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래 자동차 UX는 ‘리빙 스페이스(Living Space)’로서 새로운 차량 경험을 제공하고, 차와 사용자 간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과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친구 같은 존재로 진화될 것입니다. 첨단 신기술과 고객에게 섬세한 배려를 제공하는 제네시스의 UX 또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제네시스 UX에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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