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는 엔진의 힘으로 달린다. 엔진에서 만들어낸 동력은 변속기를 통해 휠에 전달되는데, 회전수에 따라 성능과 효율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때 변속기는 주행 상황에 맞게 엔진 회전수를 변환해 이런 엔진의 특성을 보완한다. 성능과 효율은 물론,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알맞은 수준으로 제어한다. 즉, 변속기는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고 출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변속기는 엔진과 함께 자동차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행 감각, 승차감 등의 감성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속기 조율 방식에 따라 자동차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정도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특성에 맞는 변속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속기는 구조(구동 원리)에 따라 동력 전달 특성, 허용 토크 범위, 효율성 등 여러 특징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자동차 제조사가 여러 변속기를 직접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품 특성상 설계와 생산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엔진 제조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제조사도 변속기는 전문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파워트레인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모든 종류의 변속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다.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변속기를 통해 각 변속기의 특징을 살펴봤다.
수동변속기는 오랜 시간 많은 운전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설계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수동변속기의 가장 큰 장점은 클러치 디스크와 클러치 압력판을 직접 맞물려 동력 전달 효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적 특징은 주행 감성을 돋우기도 한다. 엔진의 출력이 비교적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반응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클러치를 밟고, 변속 레버를 조작하는 일련의 변속 과정을 통해서 운전의 재미도 극대화된다.
따라서 수동변속기는 명확한 감각과 운전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모델 벨로스터 N이 6단 수동변속기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현대차 i30 역시 해당 시장의 수동변속기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수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수동변속기는 효율이 높아 소형 상용차에서도 선택 비율이 높다. 현대차 포터II, 기아차 봉고III 등은 수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적용하여 경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량 성격을 반영했다. 수동변속기는 현대차 아반떼 1.6 가솔린, 베뉴, 기아차 모닝 1.0 가솔린 등 소형 및 준중형 모델에서도 선택이 가능하다.
자동변속기는 현재 가장 많이 적용되고 있는 변속기로, 변속 충격이 작고 부드러우면서 선형적인 가속 감각과 편안한 승차감이 특징이다. 이런 동력 특성은 유체(Auto Transmission Fluid, ATF)를 통해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컨버터에서 비롯된다.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 내부의 저항으로 인해 동력 전달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현대차그룹은 6단 이상의 다단화 기어 구성과 변속 제어 최적화 등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륜 4단, 전륜 5단 자동변속기를 독자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륜 6단과 8단, 그리고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비롯한 다단화 자동변속기 라인업을 구축했다. 소형~중형 모델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충분한 출력으로 다단화 변속기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중형 이상 모델에는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하고 있다.
전륜 자동변속기와 후륜 자동변속기는 구동 원리가 같지만 세부적인 특징은 조금 다르다. 전륜 자동변속기는 엔진룸 내부에 배치되며 콤팩트한 크기를 유지한다.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륜 자동변속기는 세로축으로 뒷바퀴까지 동력을 전달하므로 차체 중앙에 큼직하게 자리한다. 아울러 후륜 자동변속기는 진동, 소음, 동력 전달 효율, 직결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까다로운 품질 기준이 요구된다. 동력 전달 과정에서 차체에 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프로펠러 샤프트를 거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 전 라인업 모델, 기아차 K9, 스팅어, 모하비 등이 자체 개발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다.
병렬식 하이브리드 차에 탑재되는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연료 효율이 뛰어난 하이브리드 차에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은 토크컨버터를 사용하면 차량의 장점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크컨버터가 없는 자동변속기는 때때로 변속 충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변속 시간도 긴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런 점을 상쇄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변속 정밀 제어 기술 'ASC(Active Shift Control)'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6단 자동변속기가 바로 ASC로 완성된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다.
ASC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한 모터가 초당 500회씩 회전속도를 모니터링하며 변속기 회전 속도와 엔진 회전 속도를 일치시켜 부드럽고 신속한 변속이 가능하다. 변속 시간의 경우 기존 500ms에서 350ms로 30% 더욱 빨라졌다. 효율을 위해 변속 및 주행 감성을 일부 양보해야 했던 기존 하이브리드 변속 시스템을 개선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변속기의 단수가 늘어나면 엔진 출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게와 부피가 함께 증가하므로 단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무단변속기)는 독특한 구조로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엔진의 출력과 효율을 최적으로 발휘하는 회전수에 맞춰 기어비를 가변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CVT는 엔진 출력축과 구동축에 연결된 두 개의 풀리를 벨트로 연결한 구조다. 또한 기어비는 벨트가 연결된 풀리의 직경을 넓히고 좁혀 조절한다.
이런 CVT도 약점은 있다. 풀리와 벨트가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차에 적용되는 금속벨트 방식 CVT에서 나타난다. 풀리가 벨트 옆면의 좁은 면적에 압력을 가해 직경을 조절하는 탓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스마트스트림 IVT는 동급 최초로 체인벨트를 적용해 기존 CVT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이런 문제도 해결했다. 체인벨트의 가장 큰 특징은 벨트 장력을 이용해 직경을 조절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기어비를 변환할 때 미끄러지는 일이 없으며 동력 전달 효율도 높다.
스마트스트림 IVT를 적용한 기아차 K3의 경우 연료 효율이 4.2% 향상됐으며 구동손실은 5~8% 감소했다. 또한 일반적인 CVT의 경우 엔진 회전수가 고정된 채 속도만 상승하는 탓에 운전자가 엔진이 헛도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IVT는 운전자 의도와 주행 상태에 따른 최적화된 변속 패턴을 구현해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동시에 변속 응답성과 직결감이 향상됐다. 또한 필요에 따라 무단 변속이 아닌, 가상의 단수를 구현하여 운전의 재미도 극대화했다. 스마트스트림 IVT는 현대차 아반떼, 베뉴, 기아차 K3에 탑재된다.
DCT(Double Clutch Transmission)는 수동변속기에 액추에이터 제어를 통해 클러치 조작과 기어 변속을 대신하는 ‘자동화변속기’의 일종이다. 구조적으로 수동변속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수동변속기처럼 동력 전달 효율성과 직결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모든 변속기 가운데 변속 시간이 가장 빠르다. 홀수 기어(1, 3, 5)와 짝수 기어(2, 4, 6)에 하나씩 마련한 클러치가 번갈아 가며 다음 변속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즉, DCT는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장점만 결합한 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DCT는 내부 구조에 따라 건식과 습식 두 가지로 구분된다. 건식 DCT는 단판클러치를 사용하며, 변속 시 발생하는 마찰열을 공냉식으로 식혀주는 방식이다. 단순한 구조 덕분에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 차량의 효율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의 i30, 벨로스터, 투싼 1.6 터보 및 1.6 디젤, 기아차의 K3 GT, 셀토스, 스포티지 1.6 디젤 등에 건식 7단 DCT를 적용했다.
습식 DCT는 유압 펌프로 오일을 순환하여 여러 장으로 구성된 다판클러치를 냉각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윤활을 담당하는 오일로 변속기 내부의 열과 마찰, 변속 충격 등을 줄였으며, 대응 토크가 높기 때문에 주로 고성능 모델에 적용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 쏘렌토 2.2 디젤에 탑재된 습식 8단 DCT는 자동변속기 수준의 부드러운 변속 감각을 구현했다. 기존 건식 7단 DCT 대비 최대 허용 토크가 58% 향상됐으며 동력 전달 효율은 93.8%에 이른다.
2020 벨로스터 N은 습식 8단 DCT를 기반으로 한 ‘N DCT’를 채택했다. N DCT는 별도의 변속 제어 로직을 추가해 가속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역동적인 감성과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프트 업을 할 때 엔진 회전수를 제어해 수동변속기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뒤에서 힘있게 밀어주는 듯한 느낌(Push Feel, 푸쉬 필)을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발진 성능으로 가속하는 런치컨트롤도 지원하는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0.5초 빠른 5.6초다. 또한 숙련된 수동변속기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는 것보다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기어를 바꾸는 덕분에 80km/h에서 12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수동변속기보다 0.3초 빠르다.
이처럼 변속기는 수동변속기, 자동변속기, IVT, DCT 등 종류에 따른 특징이 뚜렷하다. 따라서 엔진과 차량 특성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이뤘을 때, 차량 완성도와 운전자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다. 아무리 좋은 엔진을 탑재했다고 하더라도 변속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다양한 변속기 라인업 운영으로 성능과 효율, 승차감 등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점점 더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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