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부분 중 하나가 친환경성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성을 갖췄다고 모두 미래 모빌리티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탑승자의 생명을 지킬 안전성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경제성 등 모빌리티로서 가장 중요한 요소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수소전기차의 안전성과 경제성은 어떨까?
수소전기차가 처음 출시됐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오해 중 하나는 폭발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수소폭탄에서 비롯된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소폭탄에 쓰이는 수소와 수소전기차가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는 엄연히 다르다. 지구상의 수소 중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구성된 수소(Protium)가 차지하는 비율은 99.985%다. 수소전기차는 이러한 구조의 수소 분자를 압축해 700bar 정도의 압력으로 탱크에 저장하고, 압력을 낮춰 연료전지로 보낸 후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반면, 수소폭탄은 일반적인 수소 구조와 다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한다.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기 힘든 수소인 까닭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내려면 1억도 이상의 온도와 수천 기압이 필요하다. 즉, 자연에 존재하는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전기차가 수소폭탄처럼 터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연료인 가솔린, LPG, LNG 등과 비교해도 수소의 안전성은 높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수소의 상대적 위험도는 1로 LNG 1.03, LPG 1.22, 가솔린 1.44보다 낮다. 실제로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워 저장장치에서 유출되더라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점화 온도가 약 500℃로 높은 편이라 자연적으로 발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다.
수소전기차의 수소 연료 탱크는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는 소재 덕분에 기밀성이 뛰어나다. 현대차 넥쏘의 수소 연료 탱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외피는 700bar의 높은 압력까지 견디는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로 제작됐으며, 내부는 수소의 투과를 최소화하는 얇은 폴리이미드(나일론 소재) 라이너가 적용됐다. 수소 연료 탱크에 적용된 탄소섬유 강화 복합재의 경우 압력에 강할 뿐만 아니라 같은 무게의 강철과 비교했을 때 강도는 6배, 강성은 4배나 높다. 즉, 강철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더 튼튼한 소재다.
또한 수소 연료 탱크는 다양한 안전 시험을 거쳐 안정성을 입증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충돌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추가로 수소 연료 탱크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낙하충격 실험, 불에 직접 노출시키는 화염 시험, 극한의 온도에 노출시켜 내한성을 검증하는 극한온도 반복 시험, 외부 표면 강도를 검증하는 총격 시험, 다양한 오염물질에 대한 부식도를 확인하는 환경시험 등 외부 이상 환경에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와 공기를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고전압의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전류가 밖으로 흐르지 않도록 절연 저항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고, 전류가 새더라도 외부로 흘러나가도록 부품 간에 전기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연료전지 안으로 수소가 이동하기 때문에, 수소가 밖으로 누출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안전성과 수소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절연, 기밀, 내구, 진동, 충격, 방수 및 방진, 부식, 고온, 저온 평가 등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인한다. 현대차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 역시 이런 검증을 거친 후 탑재되며, 10년/16만km 내구성을 보장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다. 수소가 누출될 경우 이를 운전자에게 알리고 자동차 스스로 수소 밸브를 차단하는 전자 제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전압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운전자가 안전한 곳에 주차할 수 있게 유도한 뒤 자동으로 시동을 꺼 2차 사고를 예방한다. 연료전지 내부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은 냉각 제어 시스템이 제어한다.
수소전기차의 가격은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나 전기차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실제 구입 가격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편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가 수소전기차 도입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2,250만 원, 지자체가 1,000~2,000만 원(지역마다 상이)의 수소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2020년 기준). 실제 구매 가격은 동급 내연기관 SUV와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수소전기차는 취등록세를 비롯해 각종 세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수소전기차가 고가인 이유는 연료전지 스택 등 핵심부품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 시장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로 핵심부품 생산량이 많지 않아 생산 비용이 높다. 하지만 수소전기차 보급이 늘어 연료전지 스택, 수소 연료 탱크 등 수소전기차 관련 부품의 생산량이 늘면 생산 원가가 하락할 것이고, 그 후에는 보조금 없이도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제성을 따질 때 자동차 구매 비용만큼 연료비도 중요하다.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현재 수소전기차의 1km 주행 당 연료비는 가솔린, 디젤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낮다. 지금 기준으로만 살펴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현재 수소에너지 시장은 형성 단계이고 추후 생산, 공급 등 인프라 규모가 커지면 수소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2040년까지 수소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현재 가격의 절반 이하인 1kg당 3,000원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소모품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적은 편이다. 수소전기차는 수소로 전기를 생산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전기차와 구동 방식이 유사하다. 즉, 엔진 관련 소모품 교체가 필요 없는 것이다. 엔진 오일, 변속기 오일, 각종 벨트, 연료 필터, 점화플러그 등의 소모품을 교체해야 할 필요가 없다.
수소전기차는 친환경차가 가진 매력뿐만 아니라 안전성, 경제성 등 모빌리티의 가장 중요한 요소도 잘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 넥쏘는 세계 각국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할 정도로 뛰어난 안전성을 갖췄다. 자동차 구매 비용, 운행 비용, 유지비용 등 경제성 부문도 향후 수소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커진다면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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