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0 현대자동차

도로와 교통 상황에 맞게 미리 변속하는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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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도로 교통 정보와 외부 상황 신호를 전달 받아 변속기를 제어하는 능동형 예측 변속 제어 기술이다.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 기술들은 단순히 주행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주변 상황이나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즉각 대응하는 유연함까지 보인다. 기아자동차 3세대 K5에 최초로 장착된 ‘테마형 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테마형 클러스터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그래픽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덕분에 운전자는 클러스터에서 제공하는 여러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 최근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속 시스템에도 반영됐다. 바로 전방 도로의 형상과 교통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기어를 선택하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이다. 이 능동형 변속 기술의 개발 덕분에 주로 자동차의 속도와 운전자 페달 조작에 맞춰 기어를 선택했던 기존 자동변속기의 효율과 성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개발을 담당한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연구원들 (좌측부터 박광희 책임연구원, 전병욱 연구위원, 국재창 책임연구원)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관장하는 부분은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변속기 제어 유닛)다. 이 TCU는 고도화된 지도 정보를 담은 3D 내비게이션, ADAS 기능을 전담하는 레이더와 카메라, 교통 정보를 수신하는 V2I 통신 모뎀 등으로부터 여러 정보를 전달받는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방 상황에 따른 최적의 변속 로직을 구성한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조기에 변속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변속을 줄여 주행 품질과 연료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지능형 변속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해당 기술의 개발을 주도한 지능화구동제어리서치랩 소속 연구원들을 만나 신개념 변속 기술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ICT 커넥티드 변속 기술은 수많은 외부 정보를 연결해 최적의 변속 로직을 구현한다

Q. 현재 현대·기아차 및 제네시스 모델에 두루 쓰이는 기존 ‘스마트 시프트’와 비교하면 기술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전병욱 연구위원 | ‘주행의 3요소’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운전자, 도로, 교통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져야 주행이라는 개념이 성립한다는 뜻입니다. 스마트 시프트는 이 중 첫 번째 요소인 운전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변속 기술입니다. 변속을 하기 위해서는 가속 페달 조작량과 자동차의 속도 같은 파워트레인 및 주행 관련 데이터를 변속기 제어장치(TCU)가 수집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운전자의 성향에 맞게 변속기를 제어하는 거죠.

ICT 커넥티드 변속 기술은 내비게이션, 레이더, 카메라 등 변속기 이외의 장치들과 연결됩니다. 기존의 스마트 시프트에 도로와 교통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추가된 거죠. 말하자면 스마트 시프트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만 관리한다면, 커넥티드 변속 기술은 집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모두 관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부 신호 정보들을 TCU에 그대로 전달하면 변속기는 이 정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센서 신호’를 ‘전방 상황’으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이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디코딩’인 변환 알고리즘을 거쳐야 비로소 TCU가 주행 상황에 맞는 최적의 변속단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설명한 스마트 시프트의 개념은 전부 포함하면서 말이죠.

전병욱 연구위원은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Q. 외부로부터 받는 정보량이 많아져 TCU의 고성능화가 불가피하지 않았나요?

전병욱 연구위원 | TCU는 그 자체로 고도화된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때문에 TCU의 하드웨어를 추가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현재 양산되고 있는 TCU는 기존의 전통적인 변속 알고리즘을 소화하는 데 있어 충분한 성능을 갖췄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현재 TCU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커넥티드 변속 알고리즘의 효율을 높이면서 소프트웨어를 다듬는 기술에 공을 들였습니다.

Q. 기능 작동 중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별도의 제어 로직이 마련되어 있나요?

전병욱 연구위원 | 기본적으로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거의 모든 주행 상황을 상정하여 개발된 기술입니다. 돌발 상황에도 충분히 대처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예를 들어,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감속 또는 직접 수동 변속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연료 소모 최소화를 위한 코스팅 중립 제어 기능이 작동될 때도 전방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끼어드는 상황 등을 감지하면 코스팅 기능을 자동 해제하고 즉시 변속기의 클러치를 체결해 일반적인 주행 상태로 복귀합니다.

박광희 책임연구원은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에 포함된 많은 기능이 여러 국가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Q. 국가별로 교통 특성이 상이한데,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이 여러 국가에서도 유용하게 쓰일까요?

박광희 책임연구원 |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크게 8가지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코너링 예측 변속’ 기능은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같이 굽이진 도로가 많은 곳에서, 그리고 ‘교차로 예측 변속’ 기능은 ‘4-Way Stop’이라는 교차로 체계가 있는 미국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는 과속방지턱이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합니다. 이런 길에서는 불필요한 제동과 가속이 빈번한 만큼 ‘과속방지턱 통과 예측 변속’ 기능이 유용합니다. 과속방지턱을 통과한 후에 재가속이 용이한 것은 물론이고, 이때 과도한 가속 페달 조작을 줄여 연료 소모까지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제한속도 변경 구간이 많은 독일 아우토반이나 우리나라 고속도로 등에서는 자동으로 감속 운전을 도와주는 ‘속도 제한 구간 통과 예측 변속’ 기술도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전방 교통신호 연동’ 기능은 국가별로 교통 신호 통신 방식이 상이할 뿐더러, 신호 체계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어 각 국가 교통 특성에 최적화한 별도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변속기를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신기술이다

Q. 변속기가 주행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는 운전자도 있지 않을까요?

전병욱 연구위원 | 주행 시 운전자가 중심이 되면서 필요에 따라 유효 적절하게 변속 보조 기능이 개입하므로 이질감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제어 모드를 변경하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가속을 연출하기 위한 로직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고속도로 합류 지점처럼 빠른 가속이 필요할 때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연구소 내부 인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에서 운전하는 재미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기능은 정체가 없고 충분한 가속이 예상되는 전방 상황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기능 개입에 따른 위화감도 없었습니다.

Q. 상황에 따라 운전자가 직접 변속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국재창 책임연구원 |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개발 의도는 운전자가 주행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개입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운전자 성향 별로 기능 개입의 정도가 자동 조절되므로 일반적인 자동 변속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이 기능을 따로 제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전자가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조작하면 커넥티드 변속 기능은 즉시 해제됩니다. 앞으로 양산 시에는 다양하게 구비된 예측 변속 기능 중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도록 커스텀 설정 모드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굴곡이 수없이 이어지는 도로에서 예측 변속 기능은 뛰어난 개선 효과를 보였다

Q.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적용하면 추가적으로 개선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국재창 책임연구원 | 사실 이 기술을 개발하면서 관련 부품의 내구성 개선을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불필요한 변속을 최소화하다 보니 변속 횟수와 제동 조작 횟수가 줄었고, 덕분에 거의 모든 주행 상황에서의 연료 소모도 다소 줄었습니다. 이를 통해 변속기 및 제동 계통 부품의 사용량이 줄어 내구성이 향상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습니다. 굽이진 길이 연속되는 도로에서는 반복되는 감속과 가속 때문에 변속이 잦고, 이로 인해 승차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 변속 기능을 적용하면서 안정감 있고 편안한 승차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주행 상황에서 연료 소모율 감소가 탁월했나요?

박광희 책임연구원 | 가장 효과가 컸던 부분은 코스팅 중립 제어 기능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메이커 차량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코스팅 기능이 항상 작동됩니다. 반면,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코스팅 기능은 현재 주행 상황이 요구하는 속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립 주행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작동하죠. 덕분에 경쟁사 대비 연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도로 연비 개선 효과의 객관적인 수치를 측정하기란 어렵습니다. 실도로는 교통 상황이라든가 운전자 성향과 같은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개발은 주행 상황 변화에 따른 변속 성능 개선을 통해 주행 편의성 향상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어 연비 개선은 부수적인 효과라고 이해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여러 장치를 연결해 완성한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은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Q. 기술 양산 적용이 머지않았습니다.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 중인가요?

전병욱 연구위원 |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기에 다양한 방식의 이중 안전 로직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변속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페일 세이프티(Fail-Safety) 기술 적용도 진행 중에 있지요.

아울러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과 같이 커넥티비티 기술이 연계되는 경우, 사이버 보안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대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해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한 이후 양산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변속기가 최신 지도 정보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 기능과도 연계하여 예측 변속 성능을 지속 유지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Q. 앞서 언급한 페일 세이프티 기술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전병욱 연구위원 |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이 작동하는 동안 GPS가 수신하는 차량 위치 정보는 차량 속도 센서로 계산한 이동 거리와 항상 비교 측정됩니다. 또한 내비게이션의 여러 도로 정보 역시 차량 내부에 장착된 종/횡가속도 센서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도로의 실제 기울기 및 곡률과도 비교 측정되고 있습니다.

페일 세이프티 기능은 이 과정에서 작동합니다. 예측된 위치의 도로 기울기와 곡률 값이 차량이 실제 그 위치에 도달했을 때의 정보와 다른지를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죠. 그 차이 정도에 따라 전방 예측 변속의 작동 유무를 결정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이때 차이가 커서 성능상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예측 변속 기능은 작동하지 않거나 작동 수준이 최소화됩니다. 이 고장 진단에는 매우 정교하고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구현하고 있습니다.

전병욱 연구위원은 완벽한 전동화 시대가 도래해도 변속기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라 이야기한다

Q. 미래에 전동화 시대가 도래하면 변속 기술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전병욱 연구위원 | 전동화에는 순수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자동차(HEV)도 포함됩니다. HEV는 엔진과 변속기, 여기에 전기 모터까지 결합된 복잡한 동력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행 시 변속 최적화 기술이 더욱 중요하게 됩니다. 다단화 변속기에 있어서는 회생 제동 기능에 따른 변속감 확보도 핵심 기술이 될 수 있고요.

한편으로 전기차 변속기의 중요성은 상용차 부문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영업용 상용차는 연료 효율이 사업주의 손익을 결정짓기 때문이죠. 대형 상용 전기차의 경우 변속기를 사용하는 게 보다 효율적입니다. 저속에서의 견인력과 고속 주행 성능까지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ICT 커넥티드 변속 기술을 적용하면 전기차의 주행 효율 역시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승용 전기차의 변속기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업계 또는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편입니다. 저는 전동화 시대에서도 전비 효율의 경쟁력 강화나 모터 크기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다단 변속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기차 경쟁이 본격 심화되면 전기 모터의 희토류 사용을 줄이면서 누가 더 효율적인 전기차를 만드냐의 경쟁이 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2~3단의 초 고효율 변속기가 주목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Q.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병욱 연구위원 | 변속기를 내비게이션, 레이더 및 카메라, V2I 통신 모뎀 같은 여러 장치들과 연동하는 기술이기에 다른 팀의 연구원들과 협업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초기에는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사실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를 하기 위한 장치이지, 파워트레인과 연동할 장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여러 외부 장치를 다루는 관련 팀들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과거에 제작된 내비게이션에는 도로의 구배도와 같은 정보가 담겨 있지 않아 예측 변속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배도를 포함한 3차원 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이 등장하고, ADAS 기술도 빠른 속도로 진화했습니다. 커넥티비티 기술의 진화와 함께 타 팀의 연구원들도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개발을 돕기 시작했고, 부문 간 협업이 활발해지면서 개발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 기술의 개발은 변속기의 영역이 보다 넓어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습니다. ICT 커넥티드 변속 시스템의 ‘커넥티드’는 바로 ‘연결’을 뜻합니다. 다른 장치들과의 ‘연결’ 뿐만 아니라, 많은 팀 연구원들과의 사람 간 ‘연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술인 셈입니다. 저는 다양한 부문의 협력 시너지를 통해 첨단화된 변속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데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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