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 세계 톱티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히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앱티브는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자율주행 전문업체다. 2015년, 앱티브는 업계 최초로 미국 자율주행 횡단에 성공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8 CES에서 악천후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시승행사를 성공적으로 시연하며 큰 인상을 남겼다. 이어 앱티브는 라이드쉐어링 업체 리프트(Lyft)와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세계최초로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노하우를 쌓아오고 있다.
2018 CES 이후 첫 선을 보인 앱티브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는 최초에 라스베이거스 내 20개 내외의 목적지 사이만 제한적으로 오갈수 있었으나 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온 끝에 지금은 호텔, 식당, 카지노 등 약 3,400여곳의 장소를 목적지로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초기 단 1건의 경미한 사고 외에는 무사고 주행을 이어오고 있고 이용자들의 평점도 5점 만점에 4.95점을 기록중인만큼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 앱티브는 약 2년간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며 95,000회 이상의 운행을 기록했다.
리프트 앱을 설치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실행하면 자율주행 이용 동의에 관한 팝업 알림이 뜬다. 이에 동의하면 차량 호출 옵션에 SELF-DRIVING이 추가되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CES 참관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오후 7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숙소까지 경로를 설정한 후 자율주행 차량으로 설정했다. 요금은 실제 운전자가 서비스하는 일반적인 이코노미 옵션과 차이가 없었다. 앱티브 로보택시 서비스는 리프트 앱에서 정한 거리 당 요금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약 5분 남짓 기다린 끝에 오렌지색 휠을 단 흰색 BMW 540i가 주차장으로 도착했다. 앞 좌석에는 앱티브 직원 두 명이 먼저 타 있었는데 자율주행 운행 불가지역에서의 운전 및 돌발 상황 대비를 위한 운전자와,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 설명을 위한 직원이 조수석에 동행한다. 탑승을 하자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요청하며 내부 사진 촬영은 가능하나 동영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는 불가하다고 알렸다. 이유를 물으니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답해왔다.
주차장에서부터 바로 자율주행이 구현되지는 않았다. 허가된 대로(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약 6.8km 구간)에 오르기 전 사유지에 해당하는 구역에서는 자율주행이 불가했다. 운전자가 수동으로 운전하여 대로에 오르자 이내 자율주행 모드를 활성화 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 상단에 MANUAL이라는 글자가 AUTO로 바뀌고 운전자는 스티어링에서 손을 뗐다. 하지만 차량은 사람이 운전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주행을 이어갔다.
설정한 경로에 따라 차선 변경이 필요하면 방향지시등과 함께 차선 변경을 하고,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졌을 때는 앞 차량이 없어도 스스로 정지선에 맞추어 정차했다. 앱티브 자율주행 차량에도 카메라의 색상과 위치를 판단하는 센서가 있지만 라스베이거스 도시는 이미 특별한 신호기를 장착하여 신호등의 상태를 전송하고 있어 이를 받아 현재 도로의 신호를 판단한다고 한다. 머지않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스마트시티를 미리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또 한가지 자율주행에 중요한 요소는 지도인데 앱티브는 자체 제작한 지도를 사용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오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구글맵이나 애플맵 등은 약 30cm 내외의 오차를 보이지만 앱티브가 적용한 자율주행 전용 지도는 수 cm 단위 이내의 오차를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다.
호텔에 인접하여서는 다시 수동모드로 전환하여 운전자가 직접 운전대를 잡아 호텔 입구까지 운행을 마쳤다. 요금은 13.01$로 한화 15,000원 수준이다. 리프트 앱을 이용하면 기사에 대한 평가와 함께 팁을 줄 수 있게 되어있는데, 로보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니 평가만 가능하고 별도의 팁을 줄 수 없게 되어있다.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차량이 운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차량에는 10개의 레이다 센서와 9개의 라이다 센서에 트리포칼 카메라, 신호등 인식용 카메라 1개씩을 더해 총 21개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이에 더해 GPS 안테나 2개, 커뮤니케이션 안테나 1개, 전용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컴퓨터 2개를 장착하여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관에서 보여지는 느낌은 양산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이드미러 하단부와 범퍼 하단부에 장착된 라이다, 그릴부와 휀더쪽에 장착된 레이더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소 짧은 자율주행 차량 탑승 경험이었지만 되짚어보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구급차, 경찰차 등이 접근했을 경우나 도로 위 공사로 인해 라바콘이 세워져 있을 경우, 옆 차량의 급작스런 끼어듬 등의 돌발상황들을 모두 예상하고 사람이 판단하는 것과 같은 주행을 하려면 많은 연구와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다.
앱티브는 라스베이거스에 총 75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고 있고, 이 중 30대를 리프트와 손잡아 로보택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테스트와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 중이라고 한다. 2018년 1월부터 약 2년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된 로보택시 서비스를 통해 분명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들 앞에 놓였을 것이고, 이를 극복하면서 쌓아온 기술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앱티브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력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을 통해 자동차의 미래 시장 선점에 있어 큰 시너지 효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스마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써 미래 자동차 산업 및 서비스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HMG 저널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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